[퇴근길 한반도]트럼프 “역대 美대통령들과 난 달라…北에 속지 않을것”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27일 16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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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 “북한의 비핵화 전제되지 않으면 북-미 대화 하지 않겠다”
북한이 비핵화 의지 표명하지 않으면 실질적 대화 국면으로 전환 불가능
트럼프, 북핵 해결 못하면서 북한에 이용만 당한 역대 미국 대통령들 비판하며 “그들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 난 다르다”

볼턴 전 유엔 대사, “김영찰 방남이 북한의 진짜 얼굴, 모든 게 선전술책”

북한이 거듭 북-미 대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그 대화의 문턱을 낮추지 않고 있다. 역대 미국 정부들처럼 북한의 대화 공세에 속지 않겠다며 비핵화를 전제로 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뜻을 연일 분명히 밝히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주지사들과의 연례 회동에서 북-미 대화와 관련해 “그들(북한)은 대화를 원하고 있지만 우리는 오직 적절한 조건 아래에서만 대화하기 원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에 매우 강경하게 해왔다”면서 “북한이 처음으로 대화를 원하고 있고,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고 볼 것”이라고 했다. 이는 북한이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힌 이후 나온 트럼프 대통령의 첫 공식 언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절한 조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현지 언론들은 ‘비핵화’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양측이 예비회담 성격의 ‘탐색적 대화’를 시작하더라도 북한이 비핵화 의지를 표명하지 않을 경우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조지 부시(41대), 빌 클린턴(42대), 조지 W 부시(43대), 버락 오바마 대통령(44대)을 일일이 거명하며 “다른 (역대)대통령들이 이 문제를 오래전에 해결했어야 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들은 25년 동안 대화를 해왔는데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아느냐? 아무 일도 없었다”며 “(특히) 빌 클린턴 행정부는 그들에게 수십억 달러를 줬지만 합의가 체결된 다음 날부터 그들(북한)은 핵 연구를 시작했고 계속했다. 그것은 끔찍했다”고 목청을 높였다.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그는 그것(북핵 문제)이 이 나라가 가진 단 하나의 최대 문제라고 나에게 말했지만, (정작 자신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서 “지금보다 그때가 (문제 해결이) 훨씬 더 쉬웠을 것”이라고도 했다.

결국 북한이 겉으로는 대화를 요구하면서 뒤로는 핵개발에 매진해온 과거에 비춰 이번에는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고 확실한 비핵화가 전제되지 않는 대화는 응하지도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AP통신은 “미국 정부의 입장은 회담이 열리기 전에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없애야 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북한이 북미 대화 의사를 밝힌 데 대해 어떤 대화의 결과도 북한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며 “이것이 우리가 그들과 어떤 대화든 할지 말지를 좌우할 주요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또 “우리는 누가 미국과 유엔의 제재에 동참하는지 면밀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북한 정권에 대한 최대의 압박을 계속 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북한의 한미 균열 시도가 성공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우리의 동맹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지난 며칠 간에도 훌륭한 협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와 한국 사이에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입장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대북 옵션과 관련해 강경파인 존 볼턴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이 미국 내 표적들을 타격할 능력을 갖추기 전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옵션이 다 떨어져 가고 있다. 불행히도 우리의 옵션은 매우, 매우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의 평창올림픽 폐막식 참석과 관련해서는 “북한은 한국에 대한 공격들을 명령했던 장군을 한국에 보냈다. 이것이 북한의 진짜 얼굴”이라며 “올림픽에 북한이 관여한 모든 것은 선전술책이었다”고 주장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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