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지현 검사, 공개前 수차례 호소에도… 檢 아무 조치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2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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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는 #MeToo]7년 걸려 드러난 검찰내 성추행

서지현 검사(45·사법연수원 33기)가 성추행 피해 사실을 스스로 공개하기까진 7년여라는 시간이 걸렸다. 서 검사는 최근 폭로 글에서 “분명히 사과를 요구했지만 사과 따위는 받아본 적이 없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검찰 내부에선 “서 검사가 사건을 공론화하기까지 검찰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여러 차례 놓친 것”이라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왔다.

○ 거듭된 하소연에도 조치 없어

성추행 사건은 서 검사가 서울북부지검에서 근무하던 2010년 10월 30일 발생했다. 서 검사는 동료 검사의 부친 장례식장에서 이귀남 당시 법무부 장관(67·12기)을 수행하던 안태근 법무부 정책기획단장(52·20기)에게 추행을 당했다. 안 전 단장은 이날 이 장관이 법무부 홍보 동영상을 제작하는 데 도움을 준 한 지방 방송국 관계자들과 가진 만찬 자리에서 폭탄주를 여러 잔 마신 뒤 조문을 왔다. 평소 술이 약한 안 전 단장은 기억이 끊겨 가해 사실에 대해서도 한동안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추행 직후 서 검사는 당시 직속상관에게 성추행 문제를 보고했다. 서 검사는 “당사자 사과를 받아주겠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후 아무런 연락을 못 받았다고 주장했다. 당시 법무부도 서 검사에게 피해 사실을 확인했지만 서 검사는 자신이 피해를 당한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고 한다.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올라 2차 피해를 입는 것을 우려했던 것이다. 서 검사는 이후 수원지검 여주지청 근무 시절인 2014년 4월 사무감사를 받았고 지망 근무지와 달리 2015년 8월 창원지검 통영지청으로 발령을 받았다. 1년 육아휴직 등을 마친 지난해 8월 서 검사는 노정환 통영지청장에게 7년 전 일에 대해 고충을 토로했다. 노 지청장은 두 달 뒤인 10월 관련 내용을 상부에 보고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서 검사는 지난해 9월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이메일을 보내 성추행 사실을 언급하며 면담을 요청했고 11월 법무부 검찰국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하지만 법무부는 이미 사건 당시 고소가 이뤄지지 않아 사법 처리가 불가능한 데다 안 전 국장이 퇴직한 상태여서 별도의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또 인사 문제에 대해선 서 검사가 다른 검찰청 근무를 희망했지만 전보 발령을 내기 위한 최소 근무 기간을 채우지 못한 상태여서 다른 근무지로 보내주기가 어렵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 대신 박 장관은 노 지청장에게 “서 검사에게 관심을 갖고 배려하라”고 지시했다.

하지만 지난달 26일 검찰 정기인사 명단에 서 검사의 이름은 없었고 사흘 뒤인 지난달 29일 서 검사는 성추행 피해를 폭로했다.

○ ‘조치 미흡’에 유감 표명한 박 장관

박 장관은 2일 서 검사 사건과 관련해 “법무부 차원의 조치가 국민들께서 보시기에 매우 미흡했을 것”이라며 공식 사과했다. 박 장관은 이날 과천정부청사 법무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검찰 내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서 검사가 겪었을 고통에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서 검사에 대한 비난이나 공격, 폄하 등은 있을 수 없으며 그와 관련된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서 검사가 지난해 9월 자신에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을 부인하다가 뒤늦게 인정해 혼선을 초래한 것에 대해서도 “송구스럽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서 검사는 검사들이 사용하는 검찰 계정으로 이메일을 보냈는데 법무부 계정을 주로 사용한 박 장관이 초기 확인 과정에서 착오를 일으켰다는 것이다. 박 장관은 이날 입장 발표만 한 뒤 질의응답 없이 서둘러 기자회견장을 떠났다.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은 것이다.

김윤수 ys@donga.com·황형준 기자
#서지현#검사#검찰#성추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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