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대선 1년 앞둔 2011년 靑에 ‘SNS 장악대책’ 보고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7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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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용지 5쪽 문건 공개돼 파문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1년 11월 국가정보원이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한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보고서. 문서마다 복사 방지를 위한 국정원의 워터마크 ‘아’가 새겨져 있다. 세계일보 제공

이명박 정부 당시 여권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이용해 총선과 대선에 승리할 수 있는 방안을 담았던 국가정보원의 청와대 보고 문건이 10일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그 여파로 이날 예정됐던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국정원 댓글 사건’ 파기환송심 결심공판이 24일로 미뤄졌다.

○ 국정원, SNS 대응책 문건 청와대 보고

세계일보는 10일 국정원이 18대 대통령선거를 1년여 앞둔 2011년 11월 ‘SNS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이라는 제목의 A4용지 5쪽 분량의 문건을 청와대 정무수석실에 보고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국정원장은 원 전 원장이었다. 또 이 문건 작성 시점은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야권 단일 후보로 나선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이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나경원 후보를 꺾은 직후다. 당시 정치권에서는 “20∼40대 SNS 이용자들이 선거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왔다.


문건에는 이듬해인 2012년 치러질 예정인 19대 총선과 18대 대선에서 여권이 SNS 대응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단기 및 중장기 대책이 담겨있다. 문건에서 국정원은 “SNS가 선거 쟁점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는 ‘후보 선택 판단 창구’로서 역할이 강화되고 있으나, 여당의 ‘절대 불리’ 여건이 지속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야권이) 주요 선거 때마다 SNS 주 이용층인 20∼40대 불만 자극과 사실 왜곡에 앞장서며 정부·여당 이미지 흐리기 도구로 악용하고 있다”고 썼다. 국정원은 이어 “범여권 및 보수권 인사의 트위터 이해도를 높이고 팔로어 확보를 통한 범여권의 트워터 내 영향력 및 점유율 확대에 주력해야 한다”, “페이스북 장악력 확대 및 차세대 SNS 매체를 선점해야 한다”고 보고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국정원이 작성한 또 다른 문건에는 당시 민주당 우상호 의원의 동향과 야당 의원들의 선거법 위반 수사 상황,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에 대한 여론조사기관의 컨설팅 결과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 재판부, ‘국정원 문건 증거’ 신청 기각

검찰은 서울고법 형사7부(부장판사 김대웅) 심리로 열린 원 전 원장 재판에서 이날 공개된 국정원 문건을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은 “해당 문건의 내용과 작성 경위, 보고 대상, 그리고 그에 따른 조치 등을 확인하는 일은 원 전 원장이 본인의 혐의 내용이 선거운동임을 부인하는 이 사건에서 의미가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그동안 제출된 방대한 증거로 판단이 가능하므로 추가 증거 채택은 불필요하다”며 검찰의 증거 신청을 기각했다.

이날 재판 피고인 신문에서 검찰은 국정원 문건에 나오는 ‘여권이 야당과 좌파에 점령당한 SNS 여론 주도권 확보 작업에 매진해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허위정보 유통과 선동으로 민심이 왜곡되는 일을 차단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을 청와대에 보고한 적 있는지 물었고 원 전 원장은 “전혀 기억이 없다”고 부인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권오혁 기자
#국정원#sns 장악대책#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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