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사드 보고 누락’ 파문, 한미동맹 균열 일으켜선 안 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6월 1일 0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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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사대 4대 추가 반입 보고 누락 파문과 관련해 청와대는 어제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과 한민구 국방장관에게 청와대로 와서 조사를 받으라고 통보했다”고 밝혔다. 단순한 진실 규명이 아닌 국기(國基) 문란 같은 엄중한 사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앞서 윤영찬 대통령국민소통수석비서관은 “국방부 실무자가 만든 초안의 ‘6기 발사대, 모 캠프에 보관’ 문구가 감독 과정에서 모두 삭제되고 한국에 (사드가) 전개됐다는 취지로만 두루뭉술하게 기재됐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청와대 조사 착수 하루 만에 초고속 발표를 하면서 공개적으로 국방부를 겨냥한 것이다.

만약 국방부가 사드에 비판적인 새 정부를 의식하고 사드 배치를 밀어붙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보고를 누락한 것이라면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의 권위를 훼손한 ‘군기 문란’ 행위이다. 한 장관은 사드에 대해 새 정부가 갖고 있는 민감도를 충분히 고려해 좀 더 세심한 의사소통 채널을 가동시켜야 했다.

그럼에도 국방부가 이미 언론을 통해 공개된 데다 곧 드러나게 될 일을 왜 굳이 숨겼겠는가 하는 의문이 든다. 군이 아무리 기강해이가 심하다 해도 군통수권자가 바뀌었다고 보고를 일부러 누락시켰다고 추정하는 것은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다. 6대가 이미 국내에 반입돼 그중 2대가 경북 성주에 배치됐고, 4대가 추가 배치돼야 하는 연속 사업이어서 업무보고 과정 중 실무선에서 빚어진 혼선이나 실수일 수도 있다.

문제는 지금 우리가 이런 일로 내부 싸움을 하고 있을 때인가 하는 점이다. 북한은 미 항모가 배치되고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한반도 비상상황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한 달 동안 매주 미사일을 쏴대고 있다. 정부가 북핵 도발에 대응책도 없으면서 최소한의 방어무기에 대해 이토록 민감하게 대응하니 국민들로서는 불안하다. 국방장관 출신인 김관진 전 실장과 현직 국방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사실상 모욕을 주는 것이 대북 방어의 최전선을 담당할 군의 사기 저하를 불러올까 우려된다.

중국은 어제 사드 논란에 대해 “엄중 우려한다”면서 배치를 즉각 취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미 국방부는 “한국의 사드 배치 과정은 매우 투명했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어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나 “사드 관련 지시는 전적으로 국내적 조치”라며 기존 결정을 바꾸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은 이미 국제문제로 비화한 상태다. 무엇보다 한미 첫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한미동맹에 부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대통령과 청와대는 특히 외교안보 사안에서만큼은 사안의 경중을 따져 무겁게 처신하길 바란다.
#사드#thaad#사드 보고 누락#김관진#한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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