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靑-미군기지 초토화” 협박… 평양 60만명 소개령說도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5일 03시 00분


코멘트

긴장의 한반도


6차 핵실험을 통해 독재체제 공고화를 노리는 북한 김정은과 ‘선제타격’ 카드를 내걸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방종을 막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일성 주석 출생 105주년인 15일 태양절 외나무다리에서 만났다. 북-미 간 치킨(겁쟁이) 게임이 심각한 ‘워(전쟁) 게임’으로 악화될 가능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도 증폭하고 있다.

북한 총참모부는 14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가 선택한 대조선(대북) 정책은 우리 수뇌부를 노린 ‘참수작전’과 ‘선제타격’을 내용으로 한 독자적인 군사행동에 나서는 것이라고 한다”며 “미국의 날강도적인 모든 정치 경제 군사적 도발 책동을 핵타격 수단을 포함한 초강경 대응으로 철저히 짓부숴 버릴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어 “얻어맞고서도 즉시적인 대응이 없는 시리아처럼 우리를 대한다면 그보다 더 큰 오산은 없을 것”이라며 “(미국의) 핵 항공모함을 포함한 덩치 큰 목표들이 가까이에 접근해 올수록 섬멸적 타격의 효과는 더욱더 커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 대미 외교의 실무를 총괄하는 한성렬 외무성 부상(차관)도 AP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의 압박에 굽히지 않겠다 △6차 핵실험을 언제든 할 수 있다 △미국은 한반도 긴장을 키우지 말라 등 세 가지 메시지를 던졌다.

일단 미국의 최근 구체적인 대북 압박이 ‘최고 존엄’이라고 부르는 김정은의 권위를 건드리는 것을 놔둘 수 없다는 차원의 구두 경고로 보인다. 향후 군 경계 태세를 강화하고 중·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저강도 도발을 할 수도 있다. 15일 열병식에서 외신기자들에게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공개할 수도 있다. 15일 이후 6차 핵실험이나 ICBM 발사라는 전략 도발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지 외신들은 “평양의 분위기는 비교적 평화롭다”고 전했다. 하지만 러시아 프라브다 리포트는 12일 김정은이 미국과의 전쟁을 우려해 평양 주민의 25%에 해당하는 60만 명을 소개키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13일 “북한이 한 달 내에 전략 도발을 할 가능성이 84%”라고 예측했다.

미국은 분명한 사전 경고를 한 상태다.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아프가니스탄에 GBU-43을 투하한 것은 북한과 시리아 같은 적대 국가들에 ‘너희가 도발하면 우린 어떤 (군사)행동도 할 수 있다’는 분명한 시그널을 준 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공격으로 이슬람국가(IS) 사령관 시디크 야르가를 포함해 36명이 사망하고 무기와 탄약을 숨겨둔 동굴과 이동터널 다수가 파괴됐다고 아프간 국방부가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전 직후 “(군 통수권자인) 나는 우리 군대(미군)가 전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그 때문에 그들의 군사행동이 그렇게 성공적이었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난 그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USA투데이는 “기존 군 통수권자(대통령)들과 전혀 다른 스타일의 리더십이 등장했다”고 전했다. 군 장성들을 중심으로 안보 보좌진이 꾸려진 이후 군사적 대응이 어느 행정부 때보다 과감해졌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NBC방송의 북한 핵실험 선제타격 준비 보도에 대해 ‘NCND(긍정도 부정도 않는)’ 반응을 보였다. 우리 군 소식통은 “(NBC 보도대로 이지스함이 배치된 곳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약 480km 떨어진 곳이라면 포항과 울진 인근 동해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지스함에는 핵실험장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미사일과 ICBM 격추가 가능한 SM-3 미사일이 다량 실려 있다.

중국도 바짝 긴장하고 있다. 왕이(王毅) 외교부장은 14일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면서 언제라도 충돌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은 17일부터 베이징-평양 노선을 잠정 중단한다고 관영 중국중앙(CC)TV가 14일 보도했다. CCTV는 승객 부족으로 인한 잦은 운항 취소를 언급했지만 북한의 도발을 막으려는 일종의 제재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만 중양(中央)통신은 이날 홍콩의 중국인권민주화운동정보센터를 인용해 중국 해군의 북해함대와 동해함대 소속 잠수함 20척이 한반도 군사 분쟁 가능성에 대비해 주변 해역에 배치됐다고 전했다.

외교부는 북한의 전략 도발 가능성에 대해 “북한 정권이 감내하기 어려운 강력한 징벌적 조치가 반드시 있을 것임을 다시 한 번 경고한다”고 밝혔다. 16일부터 18일까지 한국을 방문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17일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과 만나 북한 위협 대응책과 양국 경제협력 등에 대해 협의한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 윤상호 군사전문기자·신나리 기자
#북한#핵실험#트럼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