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 달 뒤 대통령 취임, 文-安 ‘양자 스탠딩토론’은 검증 필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4월 1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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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오늘 19대 대통령이 취임한다. 5월 9일 선거 결과가 나오면 다음 날인 10일 대통령직 인수 기간도 없이 바로 차기 정부가 출범하는 것이다. 새 각료를 지명한다 해도 청문회 절차가 있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내각도 당분간 그대로 가게 된다. 엄중한 시기에 대한민국호(號)를 이끌 새 선장의 능력과 자질을 검증할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19대 대선의 공식 TV토론회를 후보들이 서서 토론을 벌이는 스탠딩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후보별 발언 시간의 총량(18분) 내에서 사회자 질문에 답하거나 다른 후보와 토론할 수 있는 ‘시간총량제 자유토론’이 도입된다. 스탠딩 토론은 기존 토론과 달리 원고를 외우거나 대본을 참고해 토론을 진행하기 어려운 만큼 후보들의 토론 실력과 정책 이해도에 따른 능력 차가 드러난다. 청중이 토론자의 제스처와 토론 자세도 자세히 관찰할 수 있어 인물 판단과 선택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아무리 스탠딩 토론이라 해도 5명이나 나오는 다자구도 자유토론은 몰입도를 떨어뜨린다. 선거 기간 개시일 30일 전 5% 이상 지지율을 얻었거나 소속 의원이 5석 이상이거나 지난 대선·총선에서 3% 이상을 득표한 후보를 모두 초청하다 보니 5자 대결이 된 것이다. 국민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에 대해 자세히 알기를 원한다. 선관위 차원의 토론회가 다자구도일 수밖에 없다면 언론사 차원의 양자 끝장토론의 필요성이 강력하게 제기되는 이유다.

미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양자 스탠딩 토론을 해 왔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TV토론이 없었다면 케네디는 대통령이 되지 못했을 것이라고 후대 사가들은 평가한다. 젊고 자신만만한 케네디와 피곤해 보이고 말도 더듬은 닉슨의 대결에서 미국인은 케네디를 선택했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겨우 네 살이었다. 이후 텔레비전은 가장 강력한 후보 검증 수단이 됐지만 우리나라처럼 지지율에 상관없이 토론에 나온 후보들이 똑같은 시간을 쓰는 TV토론은 분명히 한계가 있다. 미국은 지지율 15% 이상이거나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구성한 후보로 자격을 제한해 자연스럽게 양자 토론이 된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국민의 판단을 돕기 위한 양자 간 끝장토론을 제안한 바 있다. 두 사람이 합의한다면 양자 토론에 법적인 걸림돌은 없다. 문 후보는 지난 대선에서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게 줄기차게 양자 끝장토론을 제안했으나 박 후보는 끝내 거부했다. 그랬던 문 후보가 박 후보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문 후보는 남이 써준 원고를 읽는다는 평가를 받는다. 문 후보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싶다면 양자 토론을 원하는 국민적 요구에 응하기 바란다.
#2017 대통령 선거#문재인#안철수#5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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