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퇴근도 못하는게 현실”… “조기퇴근 月1회는 가능”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2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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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활성화 대책 발표]‘한달 한번 금요일 4시퇴근’ 각계 의견으로 본 정책 효과

《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조금 일찍 퇴근해 평소 못 만나던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세요.’ 일본 경제산업성이 24일 첫 시행에 나설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캠페인에 붙인 메시지다. 도쿄, 오사카 등 일본 주요 대도시 번화가 상점 곳곳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포스터를 내걸고 다양한 할인 행사를 내세우며 분위기 몰이에 나섰다. 내수 활성화가 급한 한국 정부는 당장 벤치마킹에 나섰다. 시행 검토를 발표하자마자 논란이 불붙었다. “월 1회 시행은 그 나름대로 현실성을 갖췄다”, “아니다. 현장을 외면한 탁상행정이다”, “의외로 경제적 효과가 클 수 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정부가 추진할 가족과 함께하는 금요일 정책에 대한 근로자와 전문가, 정부 관계자 등의 의견을 통해 장단점을 들여다본다. 》
 

광고회사 직원 김솔희 씨(가명·35)=인터넷에서 뉴스를 보고 헛웃음만 나왔어요. 지난주 일요일에도 출근해 밤 12시가 넘어 집에 갔는데…. 금요일 조기 퇴근이라니 꿈같은 얘기네요. 광고주가 요구하면 24시간 철야근무도 해야 하는 곳이 광고사예요. 우리만 그런가요. 대한민국에 ‘칼퇴근’하는 회사가 어디 있다고 금요일에 조기 퇴근을 한다는 건가요. 월∼목요일은 30분 더 일하고,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한다는데, 올해 들어 설 연휴 빼고 매일 오후 10시 넘어 퇴근한 저로서는 한숨만 나오네요.

재작년 정부가 ‘문화가 있는 날’ 한다고 요란하게 나섰던 생각이 나네요. 저희 회사에도 문화가 있는 날에 참여하라고 요청이 왔더군요. 직원들 중에 우리 회사가 그런 요청을 받은 줄 아는 사람, 아마 저밖에 없을 걸요. 공무원, 일부 대기업 직원만 제한적으로 참여하는 ‘형식적 행사’가 될 게 뻔합니다. 참, 퇴근 후 회사에서 카카오톡 메시지 보내지 못하게 법 만들자는 얘기 있던데, 그건 어떻게 된 건가요?

대기업 인사팀 부장 최혁진 씨(43)=
취지는 좋은 것 같아요. 한 달에 하루 마지막 금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하자는 건데, 캠페인으로 벌이면 직원 호응도가 꽤 높을 겁니다. 그런데 회사로서는 이게 쉽지가 않습니다. 일찍 퇴근시키기 싫어서가 아니에요. 회사에 따라, 아니 한 회사 내에서도 맡은 업무에 따라 근무 방식이 제각각인데 무조건 일률적으로 동일하게 적용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거죠.

예를 들어 저희 회사 전산실은 24시간 3교대로 돌아가며 근무하는데 금요일 2시간을 일찍 퇴근시키려면 해당 팀의 업무배치표를 완전히 뒤바꿔야 합니다. 캠페인은 벌이되, 다양한 근로 형태 모델을 정부가 연구해 개발하는 건 어떨까요. 삼성그룹 정도가 아니고서는 쉽지 않은 일이거든요.

기획재정부 당국자=
잘못된 현실을 개선하기 어렵다고 방치해서 되겠습니까. 위축된 소비심리를 회복하고 건전한 소비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라도 이런 정책은 의미가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요즘 정부, 기업, 정치권, 언론 모두 프리미엄 프라이데이를 적극 활용하며 소비 붐을 일으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어요. 일본 미즈호종합연구소는 자국 내 프리미엄 프라이데이가 시행되면 최대 6000억 엔(약 6조288억 원)의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했을 정도입니다.

골프 세금 경감 방안도 이런 취지에서 마련했습니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골프도 치고 해야 소비가 늘어나죠. 사치성 소비재라는 인식이 강해 조심스럽지만, 골프도 이제 산업 측면에서 봐야 합니다. 해외에 나가서 골프 치는 것보다는 국내에서 소비하는 게 내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되죠. 가뜩이나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어려워졌는데 내수 활성화를 위해서라면 법 테두리 안에서 가능한 모든 정책을 동원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3월 중 구체적인 추진 방안을 내놓겠습니다.

문형구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이미 일부 기업이 의무 조기 퇴근일을 지정해 운영해 봤지만 별로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습니다. 실질적으로 근로시간이 줄어들지도 않았어요. 일하는 방식이 그대로이고 인원 충원 등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하는 날’을 도입하면 해당 일을 제외한 다른 요일에 그 이상으로 일하게 되는 풍선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정책 도입에 앞서 체계적인 연구가 필요합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프리미엄 프라이데이 사무국=일본 내 1600개 회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 회사의 76.4%가 ‘근무 형태 변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유연근무제 등을 적극 도입해 생산성 향상과 업무 효율화를 꾀하고자 하는 경제계의 움직임도 활발합니다. 소프트뱅크, 시세이도화장품 등 3246개 회사가 프리미엄 프라이데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대낮 밝은 거리에서 산책을 하거나 조금 먼 곳으로 2박 3일 여행을 떠나 보는 것, 괜찮지 않나요.

세종=이상훈 january@donga.com·천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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