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기업 신뢰도-글로벌 경쟁력 저하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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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영장 청구]특검수사 대상 거론 SK-롯데-CJ
“칼날 어디까지 겨누나” 예의주시… 경총 “구속땐 삼성 경영공백 심각”
中企단체 “기업인 수사 최소화를”

 재계 1위 삼성그룹의 총수가 구속될 위기에 놓이자 재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상태에 빠졌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다음 수사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SK그룹, 롯데그룹, CJ그룹 등은 16일 삼성의 대응 방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이 그룹들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영장 발부 여부에 따라 특검 대응전략도 완전히 새롭게 짜야 할 상황이다.

 SK그룹은 표면적으로는 최대한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특검으로부터 출국금지 조치를 당해 17일(현지 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다보스포럼)’에 참석하지 못하게 됐다. 다만 ‘신입사원과의 대화’에 예년처럼 참석하는 등 그룹 내 불안감 확산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등 그룹 주력 계열사들도 잇달아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속내는 다르다. SK그룹 법무팀은 최 회장의 소환 여부 일정 등을 수시로 챙기면서 대응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공식, 비공식적으로 그룹의 대응 논리를 적극적으로 설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자칫 특검을 자극할 수도 있다는 판단에 말을 아끼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미르와 K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대가성이 없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며 기존 주장만 되풀이했다.

 낙관적으로 특검 수사를 지켜보던 롯데그룹도 이날만큼은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롯데그룹은 면세점 로비 의혹을 검찰 수사에서 소명한 만큼 새해에는 경영에 매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신동빈 회장은 이달 초 롯데월드타워 안전훈련에 참여하는 등 다소 여유로운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특검의 기업인 수사 강도가 예상을 훨씬 웃돌면서 그룹 경영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며 긴장하고 있다. 지난해 12월에서 이달 말로 한 차례 연기된 그룹 조직개편과 정기 인사는 다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현재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재현 회장의 사면 특혜 의혹이 제기된 CJ그룹 역시 좌불안석이다. 특검이 ‘사면 거래’의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는 이야기까지 들리면서 분위기가 더 어수선해졌다. 특검 수사에 따라서는 이달 초 ‘그레이트 CJ’를 선언하며 밝힌 5조 원의 투자 계획도 정상적인 추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재계 단체들은 이날 일제히 논평을 내고 사법 당국의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반기업 정서 확산과 기업 이미지 추락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는 주장이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건희 회장이 3년째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부회장마저 구속된다면 삼성그룹은 심각한 경영 공백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총은 또 “기업들은 급변하는 대내외 경제 환경 속에서 촌각을 다투어 대응하고 있다. 글로벌 기업 경영자의 구속 수사는 한국 경제의 국제신인도 추락을 불러 국부 훼손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중소기업단체협의회도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인 수사는 경제·사회적 피해를 감안해 신속하게 최소한의 범위로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성택 중기중앙회장은 “대기업들이 수개월 동안 사업계획 수립을 못 하면서 협력 중소기업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기업인에 대한 광범위하고 큰 조사는 자칫 한국 기업은 모두 비리집단이란 인상을 심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일 dong@donga.com·김현수·정민지 기자
#삼성전자#재계#이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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