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박 당선땐 분당, 비박 이기면 2차 내전… 폭풍전야 새누리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2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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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16일 원내대표 경선]친박 “중도인사 선출땐 2선 후퇴”
비박 “사실상 퇴진 않겠다는 꼼수”
친박黨-비박黨 지지율 둘다 12.6%… 집단탈당 엄포 통할지 미지수

 새누리당이 ‘운명의 날’을 맞았다. 친박(친박근혜)계와 비주류는 16일 원내대표 경선에서 정치적 사활을 건 맞대결을 펼친다. 친박계 정우택 의원이 승리하면 비주류의 ‘집단 탈당’이 현실화될 수 있다. 비주류 나경원 의원이 이긴다면 이정현 대표 체제 사퇴 이후 들어설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두고 양 진영이 ‘2차 내전’에 돌입한다.

○ 친박계 원내대표 되면 친박계 해체(?)

 양 진영의 선거 전략은 확연히 대비된다. 친박계는 ‘낮은 자세’로 급선회했다. 조원진 최고위원은 15일 “현 지도부는 이 대표와 함께 21일 사퇴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데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당의 화합과 보수 대통합, 개헌을 할 수 있는 중도 성향의 원내대표가 선출된다면 친박 해체는 물론이고 전면적인 2선 후퇴를 (친박계 내부에) 요청하겠다”라고 했다. 전날 이 대표는 “저를 ‘주적(主敵)’으로 생각하고 저에게 돌팔매질을 해 달라”라고 읍소했다.

 이를 두고 비주류는 친박계가 이 대표 사퇴 이후 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될 원내대표 선거에서 어떻게든 이기기 위해 ‘속죄 코스프레’에 나섰다고 비판했다. 비주류는 특히 조 의원이 ‘중도 성향 원내대표의 선출’을 친박 해체와 2선 후퇴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점을 꼼수로 보고 있다. 나 의원이 당선되면 친박 후퇴는 없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친박계의 ‘전략 수정’은 박근혜 대통령 징계 수위 결정을 앞둔 당 윤리위원회에 느닷없이 친박계 위원을 대거 선임하는 친박계의 횡포에 중립 지대 의원들이 흔들리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 비주류 의원은 “정우택 의원은 지난달 10일 서울역광장에서 보수단체가 주관한 박 대통령 하야 반대 집회에 참석해 ‘대통령의 권력을 찬탈하려는 음모를 막자’고 목소리를 높인 사람”이라며 “정 의원이 어떻게 중도 성향이냐”라고 반문했다.

○ 비주류의 ‘집단 탈당 엄포’ 통할까

 정 의원이 ‘화합’을 강조한다면 나 의원은 ‘변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비주류의 당선이 보수 혁신의 출발이라는 얘기다. 비주류의 한 축인 유승민 의원은 15일 보도자료를 내 “최소한의 양심도, 부끄러움도 없이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지키기 위해 당도, 나라도 망가뜨리는 (친박계) 지도부의 모습은 절망적”이라며 “내일(16일)의 선택이 대한민국 보수를 살리는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부디 민심을 거스르지 말아 달라”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비주류의 한계는 단일대오를 구성하기에는 각자의 셈법이 복잡하다는 점이다. 비주류 내부는 당 사수파와 탈당파로 갈려 있다. 탈당파 입장에선 나 의원이 이겨도 걱정, 져도 걱정이다. 원내대표 선거에서 이긴다고 해도 자신들이 원하는 비대위원장을 세워 친박계 인적 청산까지 몰아갈 동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를 두고 회의적 시각이 적지 않다. 나 의원이 진다면 탈당을 감행할 수 있지만 즉각 탈당 시 ‘선거에서 졌다고 당을 깨느냐’는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친박계에선 나 의원 패배 시 집단 탈당을 예고한 비주류를 두고 “의원들을 협박하는 것이냐”라는 반발 기류도 만만치 않다. “친박계 원내대표와는 대화하지 않겠다”라는 야당들의 비주류 측면 지원이 새누리당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일지도 주목된다. 전날 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분당 시 ‘친박계 당’과 ‘비주류 당’의 지지율은 각각 12.6%로 똑같았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새누리#분당#친박#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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