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 “주권 상실에 대한 자각, 최순실이 우리에게 준 위대한 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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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6년 12월 9일 09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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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11월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1월29일 청와대 브리핑룸에서 3차 대국민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헌정 사상 두 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9일 이뤄지는 가운데 작가 황석영이 “탄핵 결정이 무난하게 이뤄질 거라 확신한다”며 “촛불 집회를 통해 헌정 사상 최대의 적극적인 민중의 의사 표시가 있었으니 어떤 세력도 감히 거역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가결을 낙관했다.

황 작가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대담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표결과 관련한 심경과 촛불집회가 이뤄낸 민주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우선, 그는 “이유야 어찌됐든, 국민들이 자기들의 손으로 뽑은 대통령을, 반대했던 사람이 절반에 가깝기도 했지만 어쨌든 그런 대통령을 끌어내려야 하는 지금의 상황이 착잡하기도 하고 비장한 생각도 든다. 하지만 거역할 수 없는 민심이다”라고 말했다.


그 동안 서울 도심에서 이뤄졌던 촛불집회에 대부분 참석했다는 황 작가는 “4·19 혁명(1960년 4월 19일 학생과 시민이 중심 세력이 되어 일으킨 반독재 민주주의 운동)이 생각났다. 우선, 시청이라는 장소가 친구가 옆에서 총탄에 맞고 쓰러졌던 곳이기도 하다. 당시 이승만 독재자와 정부는 어떻게든 위기를 모면하려고 했던 상황이 지금과도 비슷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리고 민주주의라는 게 여러 가지 형태로 민의에 가까운 쪽으로 지향하기 마련인데 그 때마다 시스템에 변동을 가져온다. 지금이 체제의 변혁기라고 생각한다. 56년 전에도 사람이 많이 싸우고 죽었는데 우리 자식 세대와 손자 세대한테까지 같은 현실을 대물림 해줬다는 게 안타깝다”며 “하지만 광화문에서 구호를 외치는 젊은 세대를 보며 지금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 것이란 희망을 보기도 했다”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이번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정치·경제적 결정이 독재자와 권력자를 둘러싼 패거리들로 인해 좌지우지 되지만 시민들 역시 반성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일을 저지른 당사자, 도움을 준 부역자들은 말할 것도 없지만 시민들 역시 반성해야 한다”라며 “총선 때마다 지역주의가 뚜렷하게 나타났고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고 해도 자기 지역에 이익을 주는 사람이라는 데 급급해서 뽑지 않았나”라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들의 정치적 행위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다시 생각해야 한다. 우리 주권을 잃어버렸다는 자각이 뒤늦게라도 나왔다”라고 덧붙였다. 황 작가는 “어쩌면 최순실이 우리에게 마련해준 위대한 축복이라고 할 수 있다”며 농을 치기도 했다.

황 작가는 이날 이뤄지는 탄핵 표결은 무난하게 이뤄질 거라 확신했다. 그는 “보수·진보라는 진영논리는 어떻게든 상황을 뒤집으려 시도하고 있지만 먹히지 않고 있다”며 “이제는 합리적인 보수당과 사회민주주의적 지향의 진보당의 양당 체재가 출현할 때가 됐다. 보수와 진보의 재편성이 필요하다. 이번 촛불 집회는 진보, 보수 진영논리를 허물고 오히려 화합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여당 비주류가 과오를 깨닫고 탄핵에 대거 동참하리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또한 황 작가는 이제는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헌법에 명시된 전제조건들을 다시 한 번 되짚어 봐야할 필요가 있다”며 “무너져버린 삼권분립의 정신, 그 다음에 의회민주주의를 다시 재정립해야 한다. 낡은 정치제도를 혁파하기 위한 개헌도, 개헌을 누가 이끌고 가느냐의 여부도 매우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 작가는 “국회의원들은 국민의 소리를 대변해달라고 국민이 뽑은 것이다. 국민들의 세금으로 수많은 특권을 누리며 산다. 그런데 아직 상황 인식이 덜 된 분들도 보인다.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을 변호하고 지키라고 있는 게 아니다. 오직 민의만을 생각하고 국민을 바라보며 양심껏 표결에 임해줬으면 한다. 전 국민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무엇보다 온 세계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장래를 지켜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조유경 동아닷컴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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