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쿠바혁명’ 카스트로 죽음 앞에서 김정은이 깨달아야 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2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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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공산 혁명의 지도자인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25일 90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그는 1959년 1월 풀헨시오 바티스타의 친미 독재정권을 무너뜨린 뒤 2008년 공식 직위에서 물러날 때까지 49년간 권좌에 있었다. 동료인 체 게바라와 함께 중남미 좌파 혁명과 ‘반미’운동을 이끈 그가 타계하면서 냉전시대 사회주의권의 주역들은 이제 거의 모두 사라졌다.

 카스트로는 2008년 2월 행정부 수반인 국가평의회 의장직을 동생인 라울에게 물려줄 때까지 당과 군, 입법부와 행정부의 모든 최고위직을 차지했다. 그는 무상교육과 무상의료 등에서 나름의 성취를 이뤘다고 하나 바티스타 정권의 공직자 500명을 처형한 것을 비롯해 가혹한 인권탄압을 자행해 수많은 쿠바인들이 자유를 찾아 탈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차기 대통령이 “피델 카스트로의 유산은 총살형과 절도, 상상할 수 없는 고통, 가난 그리고 인권의 부정이었다”고 혹평했을 정도다. 카스트로가 생전에 “역사가 나를 무죄로 하리라”라고 주장했지만 후대가 어떤 평가를 내릴지는 미지수다.

 카스트로는 1986년 평양을 찾아 김일성에게서 소총 10만 정과 탄약을 무상으로 받은 일도 있을 만큼 북한과 가까웠다. 김정은도 쿠바에 즉각 조전을 보냈다. 하지만 카스트로는 김일성처럼 3대 세습정권을 수립하지도 않았고 개인 우상화도 없었다. 1990년대엔 외국인 직접투자 확대, 국영기업 분권화, 자영업 부활 등 제한적 개방 조치도 단행했다. 미국의 봉쇄에 따른 경제위기의 고통을 최고지도자와 엘리트, 주민들이 분담했다. 북에서 ‘고난의 행군’ 시절 특권층만 살아남고 주민들이 아사(餓死)로 내몰린 것과 대비된다.

 미국과 쿠바는 2014년 12월 오랜 적대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올해 3월 쿠바를 방문해 88년 만의 양국 정상회담을 열었다. 카스트로의 타계로 쿠바에선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과 쿠바의 수교 교섭도 속도를 낼 것이다. 대부분의 사회주의 국가들이 시장경제를 접목하며 열린 체제를 지향하는 마당에 북이 과연 언제까지 퇴행적 체제를 고집할 수 있을지, 만년엔 현실을 깨달았던 카스트로의 죽음 앞에서 김정은이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쿠바 공산 혁명#피델 카스트#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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