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수남 총장, ‘정윤회 문건’ 재수사해 우병우 단죄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1월 1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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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말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핵심 피의자였던 한일 전 경위가 “당시 수사받을 때 검찰이 압수해 간 USB에 ‘최순실이 대통령의 개인사를 관장하면서 대한승마협회 등에 갑질을 하고 있다’는 정보가 들어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그해 12월 8일 찾아온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의 한 행정관이 최 씨 관련 내용을 알고 있었다면서 “문건을 최경락 경위에게 넘겼다고 검찰에 진술하면 불기소도 가능하다”고 회유했다며 청와대의 검찰 수사 개입을 주장했다. 대통령 측근 비리를 감시하고 막아야 할 민정비서관실이 대통령의 비선 실세 최 씨의 비리 정보를 알고도 묵인하거나 방조했다면 중대한 직무유기다.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이란 2014년 11월 28일 세계일보가 ‘청와대 비서실장(김기춘) 교체설 등 VIP 측근 정윤회 동향’ 보고서를 인용해 정윤회라는 비선 실세가 청와대 ‘문고리 3인방’을 통해 국정에 개입했다고 보도한 사건을 말한다. 청와대는 “찌라시에 불과하다”고 즉각 반발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문건 유출 사건은 국기(國基) 문란 행위’라고 규정했다. 이듬해 1월 검찰은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의 지시로 박관천 전 경정이 풍문과 전언(傳言)을 짜깁기해 만든 허위 문건이라고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전 경위를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했다.

 당시 문건 내용의 진위를 철저히 수사했다면 진짜 비선 실세이자 정 씨의 전처인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은 지금처럼 전방위로 퍼지지 않았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 전 경위는 검찰 수사 때 최 씨 비리에 대해 아무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민정비서관실의 당시 우병우 민정비서관이 이를 파악하고도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프레임을 바꿔 깔끔하게 처리한 공로로 민정수석으로 승진했을 가능성이 크다.

 우 전 수석이 검찰을 비롯해 정부 곳곳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부당한 지시를 한 것은 검찰 스스로 잘 알 것이다. 검찰은 이제라도 그를 직권남용으로 추상같이 다스려야 한다. K스포츠재단이 롯데에서 뜯어낸 70억 원을 검찰의 압수수색 하루 전인 6월 9일부터 돌려준 것도 검찰 수사를 보고받는 민정수석실 또는 민정수석실을 통한 청와대에서 흘러갔을 개연성이 짙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청와대에서 자리를 지킬 때는 소환도 제대로 못 하다가 10일 그의 집을 요란하게 압수수색했다. 가족 비리 의혹의 피고발인이었던 우 전 수석의 ‘황제 소환’으로 국민적 분노를 사자 김수남 검찰총장이 ‘최순실 국정 농단’과 관련한 직무유기도 수사하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었다.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정윤회 문건’ 수사를 지휘했던 김 총장은 작년 11월 인사 청문회에서 “정치적 고려 없이 철저히 수사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부실 수사의 과오를 바로잡아 우 전 수석을 단죄할 수 있을지 국민이 주시하고 있다.
#김수남 총장#정윤회#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최순실#박근혜#우병우#최순실 국정 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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