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마저 0%대 성장…유일호 부총리는 일어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0월 2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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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블랙홀’에 국정이 마비상태에 빠질 조짐이다. 어제 처음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는 여야를 막론하고 비선(秘線) 실세 최 씨의 국정농단 의혹을 따지느라 예산 심의는 제대로 논의조차 못했다. 올해 3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네 분기 연속 0%대다. 추가경정예산과 반짝 부동산 경기가 없었다면 더 추락했을 것이다. 제조업 성장률, 설비투자 증가율, 실질 국내총소득(GDI)도 일제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연간 성장률도 2%대 중반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저성장 고착화, 장기화가 우려된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 세미나에서 지적된 대로 구조개혁마저 지체되면 한국 경제는 위기와 반짝 반등이 반복되는 남미형 경제로 추락한다. 성장률 0%대의 ‘성장 절벽’이 임박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연 3%는 성장해야 20만 개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제로성장 시대엔 신규 취업이 사실상 중단된다. ‘일자리 패닉’에다 가계부채 급증, 소비 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면 청년층의 불만이 폭발하면서 극단주의나 포퓰리즘 정치인들이 발호할 위험성도 높아진다.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이 절실한 시점에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리더십과 권위에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그렇다면 유일호 경제부총리라도 무게감이 있어야 할 텐데 현실은 딴판이다. 그가 주재한 19일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대상 장관 17명 중 14명이 불참한 것은 정부 안에서조차 얼마나 영(令)이 서지 않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대로 주저앉을 순 없다. 유 부총리는 경제장관회의 멤버 장관들을 모두 소집해 긴급회의라도 열어 국민과 시장(市場)의 불안을 불식시켜야 한다. 야당도 최순실 의혹에 대해 추궁할 것은 추궁하되, 정략과 이념에 얽매여 경제 회복을 가로막아선 안 된다. 기업과 노동계까지 선공후사(先公後私)의 정신으로 책임감 있게 대처하지 못하면 1997년 외환위기와 같은 크나큰 국가적, 국민적 비극을 다시 맞을 수도 있다.
#최순실#유일호 부총리#추가경정예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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