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北 김정은, 정치적 단명? ‘노련한 독재자’로 변모하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19일 18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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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노동신문
사진 출처 노동신문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32)이 ‘매우 노련한 독재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보도했다. 아버지 김정일보다는 할아버지 김일성의 선전과 경제정책, 심지어 헤어스타일까지 따라하며 서민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시에 경제성장과 핵무기 개발에 집중해 장기집권의 토대를 닦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은 2010년 9월 노동당 3차 대표자회에서 후계자로 추대됐다. 이듬해 12월 김정일이 사망하며 20대 후반인 그가 갑자기 북한 최고 권력자가 되자 체제 급변 사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았다. WSJ은 “당시만 해도 스위스에서 20대를 보내고 농구를 좋아하는 그가 정치적으로 단명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수년간 김일성의 정책과 스타일을 답습하며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정은은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것을 비롯해 100명이 넘는 고위 관리를 강등시키거나 처형하는 공포 정치를 펴고 있다. 하지만 북한 대중에게는 김일성처럼 서민적 이미지를 심어주려 애쓴다. 잘못된 기상예보를 한 관리를 질책하거나 놀이공원에 쪼그려 앉아 잡초를 뽑는 모습을 의도적으로 방송을 통해 내보내는 것이다. WSJ는 “김정은의 시찰 장소 중 약 20%는 레저, 스포츠나 건설 현장과 관련된 지역이다. 이런 곳은 김정일이 거의 찾지 않던 곳”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은은 북한 주민의 숭배 대상인 김일성과 닮은꼴이 되는데도 열심이다. 머리끝이 살짝 내려온 올백 머리 스타일뿐만 아니라 중국 마오쩌둥이 즐겨 입던 검은색 인민복, 그리고 쫙 빼입은 양복까지 모두 김일성 스타일로 꾸미고 있다.

경제정책을 강조하는 것도 김일성을 빼닮았다. 김일성이 6·25 전쟁 이후 중공업과 광산개발을 통해 남한을 뛰어넘는 풍요를 이뤘던 것처럼 김정은은 평양에서 대규모 주택 건설과 도시개발을 하고 장마당이나 소규모 자영업을 용인해 경기를 살리고 세수를 걷는데 열중이라는 것이다. 이는 선군 정치를 펴며 경제를 뒷전에 뒀던 김정일과는 다른 행보다.

핵 개발도 마찬가지다. 핵을 협상 도구로 활용했던 김정일과 달리 김정은은 소련의 도움으로 핵 개발에 박차를 가했던 김일성처럼 핵을 자주권 확보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이런 핵에 대한 시각차가 최근 연이은 핵과 미사일 실험의 배경이라는 것이다. 북의 5차례 핵실험 가운데 3번이 김정은 정권 아래 실시됐다. 김정은이 실행한 16번의 탄토미사일 발사실험은 김정일 정권 때의 2배가 넘는다. 에반 메데이로스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선임보좌관은 “김정은의 집권 기술이 발전하고 장기집권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에 대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인찬 기자 h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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