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야당 같은 與-오만해진 野, 총선민의 협치 벌써 잊었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9월 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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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회사 파문을 일으킨 정세균 국회의장이 어제 “국민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려 송구하게 생각한다”고 사과해 20대 정기국회 첫날의 파행이 28시간 만에 수습됐다. 여야는 본회의를 열어 11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과 김재형 대법관 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을 통과시켰다.

4·13총선으로 재편된 여소야대(與小野大)의 여의도 지형은 1일 이미 거친 민낯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정 의장은 야당의 주장과 가까운 발언을 의장석에서 함으로써 국회의장에게 요구된 중립 의무를 저버렸다. 의장이 정치적이라는 인상을 남겼으니 앞으로 노동개혁 4법 같은 여당의 중점 법안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설치법 등 야당의 중점 법안을 어떻게 공정하게 처리해낼지 걱정스럽다.

새누리당 의원들은 1일 밤 의장실로 몰려가 사과를 요구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지금까지 야당이 해오던 행태를 그대로 반복했다. 민생을 위해 시급히 추경을 처리해야 한다던 여당이 정 의장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발언에 청와대 심기를 의식한 듯 본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무책임한 행태도 서슴지 않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이 “우리가 그 짓 하다 야당 됐다”고 올린 글이 앞날을 예고하는 것처럼 읽힐 정도다. 수적 우위를 앞세운 야당은 수차례 여야 합의를 뒤집는가 하면 인사청문회도 자기들끼리 진행하는 등 예전 여당처럼 행세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총선 직전의 새누리당과 똑같은 오만과 교만과 국민을 안중에도 두지 않는 행태를 보였다”고 한 지적이 틀리지 않다.

4·13총선 뒤 여야는 “협치가 민의”라고 입을 모은 바 있다. 벌써부터 이런 식이면 내년 대통령선거가 가까워질수록 오기와 오만으로 뭉친 여야의 갈등은 더 심해질 게 틀림없다. 아직은 새누리당이 여당이다. 특히 이 대표는 이제 ‘머슴’이 아니라 국정에 필요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할 책임자임을 깨닫고 협치의 리더십을 발휘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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