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서울시 채무 20조 중 7조 줄여… SOC보다 민생에 역점”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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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6기 광역단체장 취임 2년 릴레이 인터뷰/박원순 서울시장]

23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잘한 시정 세 가지를 꼽아 달라’는 주문에 “큰 SOC 하나 짓는 방식이 아니라 상식과 원칙이 살아났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23일 만난 박원순 서울시장은 ‘잘한 시정 세 가지를 꼽아 달라’는 주문에 “큰 SOC 하나 짓는 방식이 아니라 상식과 원칙이 살아났다는 점에 주목해 달라”고 말했다. 서울시 제공
서울시청 6층 박원순 시장(60)의 집무실에 들어서면 왼쪽 벽면의 책장이 책과 파일로 가득 차 있다. 오른쪽에는 주요 정책이 어느 정도 진행됐는지를 보여주는 그래픽이 벽면 가득 붙어 있고 각종 지수와 앞으로의 계획이 메모돼 있다. 흡사 왼쪽은 도서관, 오른쪽은 상황실 현황판 같다.

서울시정을 맡은 지 6년째 접어든 박 시장은 23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 내내 자신감과 여유를 보이며 지난 성과를 설명했다. 하지만 청와대와 각을 세운 청년지원활동(일명 청년수당)을 이야기할 때는 굳은 표정으로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서울시장으로서 가장 역점을 두었던 사업은….

“하나만 들 수가 없다. 상식과 원칙, 기본과 합리, 균형, 이런 것들에 중점을 두고 6년을 보냈다. 크게 보면 정상(正常)을 찾아가는 상식을 회복하는 것이다. 시장 취임 당시 채무가 20조 원을 넘었다. 이 중 7조 원을 줄여 재무건전화를 하고 있고, 복지도 4조 원에서 8조 원으로 늘렸다. 민생이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 하나하나의 문제라기보다는 방향을 바로잡았다. 주변에서는 ‘청계천처럼 큰 한 방을 해라’란 조언도 하지만 시장의 꿈보다는 시민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간접자본(SOC) 사업보다 더 중요한 것은 꼼꼼하게 시민들의 편의를 찾아주는 것이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때 상황을 되돌아보면 지금도 당시 대응이 옳았다고 생각하는가. 구의역 사건 이후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해 어떻게 하고 있는가.

“그렇다. 메르스뿐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더 빨리 파악하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중앙정부가 하겠다고 하면 안 된다. 유능한 지방자치단체의 공무원들도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구의역 사건은…. 꼼꼼하게 챙겼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시 산하 서울메트로를 잘 챙기지 못했다. 뼈아픈 부분이다. 안전한 서울을 만드는 과정 속에 있다. 산하기관들에도 문제가 없는지 확인하고 있다.”

―서울시 공무원이 1000원만 받아도 ‘아웃’시킨다는 ‘박원순법’ 시행 2년이 지났는데….

“부패나 비리 사건이 30% 이상 줄어들었다. 일벌백계하는 엄격한 정책이 있으면 서로 조심하지 않겠나. 2년 동안 6명이 징계를 받았다. 이번 달부터 서울시 출연 산하기관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청년수당 문제로 중앙정부와 대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꼭 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서울이 그러면 돈 없는 지방은 어떻게 하느냐”는 취지의 말을 했는데….

“서울시 청년보장정책이 20여 개 있는데 정부가 청년수당만 딱 들고 나와 못 하겠다고 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현금을 주는 것이 도덕적 해이라고 확신하는데, (이후에 나온) 고용노동부의 면접비 지원 역시 근본은 다르지 않다. 소송으로 가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청와대 전국시도지사 간담회에서 계속 협의하자고 이야기했다. 그게 잘 안 됐고, 그래서 법정으로 가게 된 것이다.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부르면 달려 나가 상의할 수 있다. 경남도도 돈을 좀 아껴 청년들을 위해 쓰는 것이 어떤가. 다른 지역의 정책에도 좋은 점이 있으면 다른 재정을 줄여 지원할 수 있다고 본다. 지방정부가 하는 것들을 뭐라고 할 것이 아니라 잘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더 하면 좋지 않으냐.”

―인터넷 방송도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소통을 많이 하는데, 여기에 너무 집중하는 것 아닌가.

“SNS를 통한 소통이 나쁘지 않다. (공무원들이 시민들의 목소리를) 나한테 직접 전해주지 않는다. 시민들이 SNS에 계속 올리면 ‘이런 게 문제구나’라고 나도 생각할 수 있고. SNS를 하다 보면 실수도 가끔 있지만 소통은 불통보다는 훨씬 낫다.”

―휴가 기간에 전남 강진에 있는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을 만났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같이 해보자’는 취지의 말도 했는데….

“강진 쪽으로 가는 길이어서 (손 전 고문을) 찾게 됐다. 이제는 누구를 만나도 다 뉴스가 된다. (박 비대위원장이 국민의당이고, 나는 더민주당인데 내가) 당을 바꿔도 되는 것인지?(웃음) 행정가로 일해 왔기 때문에 정치는 아직 잘 모르겠다.”

 

:: 박원순 서울시장 ::

1956년 경남 창녕에서 출생해 경기고와 단국대 사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 제22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대구지검 검사로 일했다. 1983년 임용 1년 만에 옷을 벗고 변호사로 변신해 부천 성고문 사건, 미국문화원 사건 등 시국 사건을 맡았다. 1986년 역사문제연구소, 1994년 참여연대, 2001년 아름다운재단, 2002년 아름다운가게, 2006년 희망제작소 등을 만들며 시민단체 활동을 했다. 2011년 10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로 정치에 뛰어들어 2014년 재선에 성공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 인터뷰는 29일 오전 8시에 시작하는 채널A 시사교양 프로그램 ‘아침경제 골든타임’에서도 방송됩니다.
#박원순#서울시장#민선6기#광역단체장#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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