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우병우 아닌 특별감찰관 수사 촉구한 靑, 민심도 모르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20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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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홍보수석비서관은 어제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우병우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관한 감찰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에 대해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저버린 중대한 위법행위이고 묵과할 수 없는 사안”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이 특별감찰관이 우 수석을 검찰에 수사 의뢰한 지 하루 만에 청와대가 내놓은 첫 반응치고는 민심과 너무 동떨어진 것이다. 대통령 참모이자 청와대 실세의 비위 의혹에 대해 청와대가 사과는커녕 특별감찰관을 향해 몽둥이부터 들이대는 본말전도(本末顚倒)에 국민은 당혹감을 느낀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사 기자에게 “경찰은 민정(수석) 눈치 보는 건데, 그거 한번 (기자) 애들 시켜서 어떻게 돼 가나 좀 찔러 봐”라고 말한 것 등은 검찰이나 경찰에서 수사 내용을 언론에 어느 정도 공개하는 관행과 차이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는 감찰 내용 누설을 금지한 특별감찰관법 22조를 들어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며 유출 과정과 의도, 배후가 밝혀져야 한다고 사실상 검찰에 수사를 촉구했다. 하지만 청와대의 이런 발표는 검찰에 우 수석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 특별감찰관 말대로 ‘민정에서 목을 비틀어놨는지 (경찰이) 꼼짝 못하는’ 상황이라면 ‘위계나 위력에 의해서 특별감찰관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사람’도 처벌받도록 한 특별감찰관법도 지켜져야 마땅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우 수석이 물러나면 정국 운영에서 계속 밀리게 된다는 위기감을 느낄지 모르겠다. 우 수석의 의경 아들에 대한 특혜나 가족회사인 ‘정강’에서의 횡령 혐의는 검찰에서 입증하기도 쉽지 않은 ‘곁가지’일 수도 있다. 의혹의 ‘몸통’은 왜 우 수석이 작년 2월 진경준 전 검사장의 승진 당시 부실 검증을 했느냐다. 우 수석의 처가 땅을 2011년 넥슨에 팔 때 진 전 검사장의 도움을 받았기 때문이 아닌지, 거래 당시 우 수석이 ‘검사’여서 시세보다 150여억 원을 더 받아낸 것인지 국민은 의혹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이런 의혹을 검찰 수사로 밝혀내는 것이 특별감찰관의 ‘누설 문제’보다 훨씬 무거운데도 청와대는 민심을 거스르고 있다.

국가정보원과 법무부, 검찰까지 관장하는 민정수석이 현직을 유지한 채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나가는 것은 수사를 어렵게 하는 일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우 수석 퇴진 요구가 나오는 판에 청와대가 계속 버티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우 수석 문제에 입을 다문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여당 대표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지 돌아보기 바란다. 이 특별감찰관이 특정 언론과 공모한 듯한 모습으로 청와대에 공격의 빌미를 준 점도 책임을 면할 순 없을 것이다.
#김성우#이석수#특별감찰관#우병우#감찰 유출#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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