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DJ 7주기에 돌아보는 야당 집권의 길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8월 1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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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거행된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 7주기 추도식에서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하기 위해서는 (야권이) 다들 뜻을 함께하리라고 믿는다”며 “저희가 어떤 방식이든 함께 힘을 모아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저희’는 문-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지칭한 말이겠지만 야당이 집권하려면 야권통합보다는 수권정당의 자질을 갖추는 일이 중요하다.

더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는 그제 당 강령 전문(前文)에서 ‘노동자’와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평화지대) 설치’를 삭제하려던 개정안을 철회하고 이 문구들을 다시 살려냈다. 당초 강령분과위는 ‘노동자와 시민의 권리 향상’을 ‘시민의 권리 향상’으로 바꾸고 안보 논란을 불렀던 서해평화지대 부분을 삭제하려 했으나 당권 주자들이 ‘정체성에 위배된다’며 일제히 반발해 되돌린 것이다.

진보·중도정당을 자처하는 당의 강령에 ‘노동자 권리 향상’이란 문구가 들어간 것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서해평화지대 부분은 단순한 우클릭 시도가 무산된 것이 아니라 당의 정체성과 노선 투쟁, 집권 시 남북관계에 대한 중대한 함의를 담고 있는 문제여서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

2007년 10월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10·4선언’은 ‘남과 북이 서해평화지대를 설치해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을 설정’하도록 했다. 이어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북측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남쪽인 우리 영해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해 NLL 무력화 의도를 드러냈다. 이를 막은 사람이 당시 김장수 장관이고, 김 장관을 비난했던 사람이 문 전 대표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피와 죽음으로 지킨 영해선을 무력화하는 ‘서해평화지대’ 설치를 강령에서 고집하는 것은 국민의 안보 불안 의식을 자극할 수밖에 없다.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정체성에 매달려선 영원히 집권하지 못한다”고 비판한 것을 새겨들어야 한다.

DJ는 생전에 정치인들에게 ‘서생(書生)적 문제의식’ 못지않게 ‘상인(商人)적 현실감각’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햇볕정책의 3원칙 가운데 첫 번째로 ‘평화를 파괴하는 일체의 도발 불용’을 내세웠다. 야당 지도자들은 DJ 7주기에 “내년 정권교체로 유지(遺志)를 이루겠다”는 말만 외칠 것이 아니라 진정 정권교체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김대중 대통령#문재인#더민주#정권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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