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회의에 서울시만 배석… 중요 정책 지방 목소리 대변못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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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만 바라보는 지방자치]<中> ‘지방’은 서럽다

지방자치시대 21년째를 맞았지만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지방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광역지자체장은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 모습. 최혁중 기자 ajinman@donga.com
지방자치시대 21년째를 맞았지만 자치단체들은 여전히 지방의 목소리를 중앙정부에 전달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국무회의에 배석할 수 있는 광역지자체장은 서울시장이 유일하다. 정부의 최고 정책심의기관인 국무회의 모습. 최혁중 기자 ajinman@donga.com
국가의 기본정책 방향을 세우고 일반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회의에는 대통령과 국무총리, 그리고 15명 이상 30명 이하의 국무위원이 참여한다. 국가의 중요한 예산 및 행정 정책 방향이 결정되는 자리지만 지방의 목소리를 대변할 사람은 없다. 2008년 국무회의 규정을 개정해 서울시장만 국무회의에 상시 배석할 수 있게 됐지만 발언권만 있을 뿐 의결권은 없다.

17개 광역시도에서는 “중앙과 지방자치단체 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국무회의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경기도 인구는 1280만 명으로 전국 24.3%를 차지하고 있고 지역 내 총생산 역시 313조6706억 원으로 국내총생산의 21.9%나 되지만 정작 도지사는 국가의 중요한 정책 결정에서 제외돼 있다는 것이다.

○“중요 정책 결정할 때 시도지사도 참석하게 해 달라”

행정자치부는 국무회의 관련 규정 8조 1항 개정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시장이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것은 서울의 상징성을 감안해 허용한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경기도와 다른 시도의 경우에는 필요한 경우 배석할 수 있도록 배석 지침을 내렸으나 이 경우 의장인 국무총리가 배석 여부를 결정하고 있어 큰 의미는 없다.

더불어민주당 김민기 의원 등 14명은 지난해 5월 ‘중앙·지방 협력회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중앙·지방협력회의’는 지방에 행정 및 재정적 영향을 미치는 중앙정부의 정책 결정과 입법 등에 지역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반영하는 제도적 장치가 미흡하다는 지적에 따라 거론돼 온 기구다. 중앙과 지방이 서로 협력해서 결정내릴 수 있도록 중앙·지방 협력회의를 구성하자는 것이 골자다. 그러나 이 법률안은 안전행정위원회에서 계류되다 19대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올해 2월 남경필 경기지사와 유정복 인천시장 등 전국 시도지사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만나 시도협의회장과 국무총리를 공동 의장으로 하는 중앙·지방협력회의 설치를 건의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일본은 2011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협의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지방과 관련된 법안은 준비 단계부터 지방 6단체(지사회, 광역의회의장회, 시장회, 시의회의장회, 정촌장회, 정촌의회의장회)를 참여시키도록 했다.

○ “기관명에 ‘지방’을 빼 달라”(지자체) vs “지나친 억지다”(중앙정부)

광역시 관계자들은 “행정용어와 법률용어부터 중앙정부 중심의 인식이 드러난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현행법상 ‘국가’라는 단어에는 중앙정부만 포함이 된다. 예를 들어 국가재정법 국가공무원법 국가계약법에서 지칭하는 ‘국가’는 중앙정부나 중앙정부 공무원만 포함된다. 반대로 지방과 관련된 경우 지방재정법 지방공무원법 지방계약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특별지방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인천중소기업청’으로 표시해도 인천에 있음을 일반인이 알 수 있지만 ‘인천지방중소기업청’으로 명명한다.

‘국가’란 표현을 중앙정부가 독식하는 데 대한 불만도 지방공무원들 사이에 나온다. 같은 나랏일을 처리하는 데도 차별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육동일 충남대 자치행정학과 교수는 “지방공무원도 국가의 공직에 종사하는 점에서 똑같은데 마치 지방은 중앙에 비해 열등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육 교수는 또 “중앙정부에서 하는 사무를 지방정부로 이양하면 마치 격이 떨어지거나 덜 중시되는 것처럼 느껴 오히려 정책 수혜 대상자들이 행정의 지방 이양을 반대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행정학자들 중에는 “‘지방’이라는 단어를 오랫동안 써왔는데 이를 갑자기 삭제하라는 것은 억지”라고 반박하기도 한다. 용어로 인해 지방자치가 위협받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행자부 관계자는 “지방자치를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범국가적인 노력이 꾸준히 필요하다”면서도 “법령상 용어 변경 등의 문제는 국민적 공감대를 기반으로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과 지방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도 여전히 논쟁이 있다. 김홍환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정책연구센터장은 “지방자치제도하에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고유한 사무를 수행하는 독립된 행정기관이며 따라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보다 우월하다거나 지시하는 위치에 있지 않다”고 말했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 권한을 위임할 경우에 한해 해당 사무나 사업에 대해서는 지휘·감독할 수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여전히 ‘중앙집권적’이라고 보는 현행 정부의 관행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지방정부의 행정기구 정원 직급 등을 시행령으로 중앙정부가 결정 및 관리한다. 둘째, 중소기업, 고용노동, 해양항만 등에 관한 사무는 지방정부가 하는 것이 적합하지만 여전히 중앙이 하고 있다. 이 외에도 21년 전 ‘관선’처럼 시도지사들의 보수를 획일적으로 차관급(서울은 장관급)으로 규정하는 것도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점으로 꼽힌다.

육 교수는 “지방자치제로 인해 제기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은 제도적 개선을 통해 고쳐야지 과거의 중앙집권시대처럼 정부가 주도하려고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육 교수는 “모든 문제를 관료들이 중심이 돼 해결해 오던 방식이 아니라 일반 국민의 의견을 더 들을 수 있도록 제도를 보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노지현 isityou@donga.com·황태호 기자 tae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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