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영란法, 부패근절은 좋지만 불필요한 혼란 최소화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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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투명성기구는 부패를 ‘사적(私的) 이익을 위한 공적(公的) 직위의 남용’으로 정의한다.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70여 개국 중 10년째 40위 안팎에 머물고 있다. 지난해 3월 국회에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이 통과됐을 때 많은 국민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패를 이제야 뿌리 뽑을 수 있게 됐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9월 28일 시행되는 김영란법에 대해 각계에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2012년 입법예고 뒤 이듬해 국회에 제출됐을 때부터 적용 대상이 공직자, 교직원, 언론 종사자와 가족까지 400만 명으로 너무 넓고 위헌 소지도 있다고 지적됐지만 2014년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신중한 논의 없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최근 동아일보가 8회에 걸쳐 보도한 ‘김영란법 필요하지만 이대론 안 된다’ 시리즈에도 “법의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걸면 걸리는’ 모호한 규정이 너무 많다”는 공감의 소리가 이어졌다. 서울고법의 한 판사는 “수사기관의 악용 가능성과 배우자 신고 의무의 문제점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을 정도다.

김영란법의 가장 큰 문제는 금지 항목 15개와 허용 행위 7개의 기준이 모호해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조차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을 분명하게 가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사법기관이 이 법을 무기로 ‘사찰’에 나설 수도 있다. 직무와 관련된 식사비까지 3만 원이라고 법령으로 정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합리적 소통과 교류까지 가로막을 위험이 다분하다. 부패 추방에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개인의 본질적인 자유와 권리에 관한 헌법적 가치마저 훼손해서는 안 된다. 농어민과 화훼상인, 유통업체뿐만 아니라 호텔 골프장 요식업계에 미치는 파장도 만만찮을 것이다.

김용철 반부패정책학회장은 “김영란법의 취지는 공직자들의 뇌물 수수와 인사 청탁을 막는 것”이라고 했다. 국회는 의원들을 부정 청탁 대상에서 쏙 빼고 교사와 언론사 종사자들을 포함시켰다. 법이 통과된 지 5일 만에 대한변호사협회는 언론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한다며 위헌 소송을 냈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릴 것이 아니라 당초 취지대로 법을 개정해야 한다. 적용 대상을 선진국처럼 명확하게 고치고 이해충돌 방지 규정도 되살려야 한다. 혼란이 뻔히 예상되는데도 겪고 나서 개정하겠다는 국회는 무책임하다.
#김영란법#기준#청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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