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위폭로 조응천, 면책특권 누리려 더민주 의원 됐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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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조응천 의원이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대법원의 업무보고를 받던 중 “대법원 양형위원에 위촉된 12명 중에 성추행 전력 인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취소했다. 조 의원은 국회에서 해당 위원의 실명과 현 직장(MBC)의 직위를 밝힌 것은 물론 발언 내용을 보도자료로 만들어 기자들에게 이메일로 전달했고 페이스북에 발언 영상까지 공개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자 조 의원이 정정(訂正) 보도자료를 냈지만 이메일이나 페이스북까지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국회의원의 면책특권은 국회에서 의원들이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해 국회 밖에서 책임지지 않는 것이다.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소신껏 의정활동을 하라고 헌법 제45조로 보장한 특권이다. 그러나 음해나 비방, 묻지마 폭로의 방패막이로 오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2007년 대법원은 ‘국회에서 한 발언이라도 모든 발언에 면책특권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그런데도 어제 우상호 더민주당 원내대표가 면책특권을 손봐야 한다는 주장에 “국회의 행정부 견제 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더구나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의 첫 공직기강비서관으로서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의 배후로 지목됐던 인물이다. 항소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지만 더민주당에 영입될 때부터 청와대 관련 ‘폭로전’이 이어질 것이라는 추측이 끊이지 않았다. 조 의원이 이런 식의 ‘치고 빠지기 폭로’를 하려고 국회의원에 나선 것인지 묻고 싶다.

더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달 말 서울 종로경찰서장과 영등포경찰서장에게 부채와 사촌 이내 경찰보직 현황 등 개인 신상까지 포함된 19건의 자료를 요구한 것도 특권을 이용한 갑(甲)질이다. 세월호 관련 집회에서 경찰과 유가족이 마찰을 빚은 직후 이런 요청을 한 것은 박 의원이 경찰에 보복하기 위해 자료요구권을 남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선거 전에는 국민만 위할 것처럼 굽실대더니 석 달도 안 돼 ‘금배지 갑질’을 하는 의원들의 표변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이런 20대 국회에 국회 권한을 늘리는 개헌을 맡길 수 없다는 여론이 불붙기 전에 스스로 의원 특권부터 정리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조응천 의원#면책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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