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청와대의 KBS ‘세월호 보도’ 간섭은 경계수위 넘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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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비서실 업무보고에서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의 ‘KBS 보도 축소 압력 논란’을 놓고 공방이 벌어졌다. 전날 공개된 당시 이정현 수석비서관과 김시곤 KBS 보도국장 간의 통화 녹취록 내용에 대해 야당 의원들은 이 전 수석이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 ‘보도지침’을 내린 것이라고 비판했고, 새누리당은 보도지침이라고 할 만한 것은 아니라고 반박했다. 이원종 대통령비서실장은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서 아마 협조를 요청했던 것이 아닌가 추측한다”고 답해 “지금도 그런 협조 요청을 하느냐”는 논란이 일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수석은 세월호 참사 닷새 뒤인 4월 21일 통화에서 해경의 구조지휘체계를 비판하는 일련의 보도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 구조가 우선순위인데 해경을 비판하는 보도를 내보내는 게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는 취지다. 또 4월 30일 통화에서 이 전 수석은 “하필이면 (대통령이) KBS를 오늘 봤네”라며 해군과 해경이 손발이 맞지 않았다는 기사를 교체해달라며 “나 좀 봐달라”고 했다. 9시 뉴스에 방영된 이 보도는 11시 뉴스에서 빠졌다.

홍보수석이 하는 일 중에는 중요한 언론 보도에 대한 청와대의 의견을 언론에 전하는 역할도 있다. 미국도 백악관 대변인이 그런 역할을 맡아 수행한다. 그러나 그것이 단순한 의견 전달이 아니고 무엇을 빼고 바꾸라는 식이면 곤란하다. 이 전 수석의 발언은 때로 경계수위를 넘은 것처럼 보인다.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한 방송법 4조 위반 소지가 있다.

KBS 사장은 KBS 이사회가 임명하고 KBS 이사 11명 중에는 정부 여당 측 추천 인사가 7명이나 된다. 이런 구조는 청와대가 KBS 사장을 통해 보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전 수석이 김 전 국장에게 항의하듯 전화한 것도 사장 인사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 국민의 수신료를 받는 KBS가 국가 기간방송 역할을 다하려면 정치권이 공영방송의 사장 임명을 좌지우지하고 보도나 프로그램 편성에 개입하는 풍토는 사라져야 한다.
#세월호#kbs#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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