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비례대표 뽑아놓고 찬밥 대접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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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교수가 외통위… 식약처장 출신이 안행위…
다선-실세가 인기 상임위 선점… 같은 지역 의원끼리 ‘짬짜미’도
위원장 임기 쪼개기 이은 ‘구태’

20대 국회의원들의 상임위원회 배정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자신의 ‘전공’과 무관한 곳에서 활동하게 된 의원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초선이나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렇다. 다선 의원들이 한정된 상임위원장 자리를 나눠 갖기 위해 임기 쪼개기를 하는 꼼수를 부린 데 이어 전문성도 무시하는 구태(舊態)가 20대 국회 시작부터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 출신인 새누리당 김종석 의원은 비례대표 10번으로 처음 금배지를 달았다. 경제 전문가로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등을 희망했지만 외교통일위원회를 배정받았다. 김 의원은 14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제 관련 상임위에 지원자가 많아 그런 것 같다”면서도 “경제 정책에 관해 계속 관심을 가지고 의정 활동을 하겠다”고 에둘러 아쉬움을 표시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었던 새누리당 김승희 의원(비례대표)도 전공을 살려 보건복지위원회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를 원했지만 안전행정위원회에 배치됐다.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비례대표)은 국방위원회에 배치됐다. 국방 분야에 문외한인 이 의원은 원내지도부에 “상임위 희망 조사에서 3순위에도 지망하지 않은 곳으로 배치하면 어쩌라는 것이냐”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같은 당 김정우 의원(초선·경기 군포갑)도 기재위에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 등 ‘거물급’ 인사들이 몰리면서 안행위로 밀렸다는 후문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보좌진이 다른 의원실에 상임위 교체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상황도 빚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미 지역 의원들끼리 상의해 상임위를 나눴기 때문에 바꾸기가 쉽지 않다”는 답변을 듣기 일쑤라고 한다. 지역 현안을 효율적으로 해결하겠다고 지역별로 1명씩 서로 다른 상임위에 들어가는 ‘나눠먹기’가 여전하다는 얘기다.

두 사람이 상임위원장을 하기 위해 1년씩 번갈아 맡기로 한 새누리당의 ‘임기 쪼개기’에 대한 비판 여론도 계속됐다. ‘상임위원장의 임기는 상임위원으로서의 임기(2년)와 같다’는 국회법 41조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여당 관계자는 “위원장을 나눠서 하겠다는 것은 결국 지역구에서 생색내겠다는 것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진석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편법이 아니냐는 지적과 채찍질은 원내대표인 제가 모두 감당하고 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한상준 기자
#총선#비례대표#구태#인기 상임위#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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