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사이 ‘낀 한국’ 7월 외교절벽 오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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亞안보포럼-北도발 등 잇단 변수
美-中 ‘태평양 패권’ 갈등 고조… ‘북핵’ 종속변수로 전락할 우려
中, 北과 전략적 관계개선 가능성… ‘김정은 訪中’ 전격 수용할 수도

미국과 중국이 전략경제대화를 앞두고 신경전을 벌이면서 한반도 정세에 불똥이 튈 조짐이다. 미중을 포함한 주변국의 정치 상황과 외교 일정이 맞물리면서 한국 외교의 ‘7월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변화의 흐름은 시작됐다.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북한 이수용 노동당 부위원장을 면담한 1일 미국은 북한을 자금세탁 우려국으로 지정했다. 이튿날인 2일에는 중국 기업 화웨이(華爲)의 대북 거래를 조사하는 한편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거론했다. 미중 간 치고받기가 이어지면서 한국이 공들여왔던 ‘북핵 외교’가 미중의 전략적 이익에 따른 변수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이다.

미중은 7월 하순 라오스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중국해 문제를 두고 다시 격돌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8월 ARF에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중국해의 평화와 안정, 항행, 상공 비행의 자유 보장은 우리에게도 중요한 문제”라는 원론적인 태도를 나타냈다.

2013년부터 ARF는 “비핵화 의무를 준수하라”는 북핵 메시지를 채택하는 등 우리 정부는 ARF를 북핵 외교의 장으로 활용해왔다. 우리 정부는 1월 핵실험, 2월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으로 어떤 해보다 강경한 북핵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남중국해 문제가 첨예하게 대립하면 북핵 문제는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필리핀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제기한 영유권 중재 판결이 나올 예정이다. 한국은 ‘미국 편이냐, 중국 편이냐’에 대한 답을 요구받을 가능성도 있다.

궁지에 몰린 북한의 도발 변수도 있다. 6월 25일부터 한 달간을 반미투쟁월간으로 지정한 북한이 추가 도발에 나서면 한반도 정세의 위기 지수가 급격히 올라갈 수 있다.

북-중 관계가 급진전해 김정은이 방중할 경우에도 대응이 쉽지 않다. 이상숙 외교안보연구소(IFANS) 객원교수는 최근 ‘IFANS 포커스’에 실은 글 ‘북한 리수용 당 부위원장의 방중과 북-중 관계 전망’에서 “미중 간 기싸움이 점차 강화된다면 북-중 양국이 북한의 핵 동결을 전제로 정상회담을 추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다음 달 11일 북-중 우호협력 및 상호원조조약 55주년을 계기로 김정은의 방중이 성사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갑작스레 압박에서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면 ‘강공 드라이브’를 걸어온 한국 외교의 대응이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외교 소식통은 “현 정부가 남북 대화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제재를 향해 100m 달리기를 하다가 유턴하는 것에는 리스크가 크다”고 전했다. 김성한 고려대 교수는 “미국은 제재, 중국은 대화를 맡아 역할 분담을 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한국이 ‘핵’ 문제가 포함된 대화를 위한 제재가 되도록 미중 사이에서 외교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 일본 참의원 선거 결과에 따라 일본 우경화 속도가 빨라지면 어렵게 복원한 한일 관계에도 이상 기류가 형성될 수 있다. 올해 하반기로 한 차례 미뤄진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도 진통을 겪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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