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수장 마치면서 대권 미련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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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화 의장 퇴임 기자회견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국회에서 열린 퇴임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이제 국회의원은 떠나지만 정치는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정의화 국회의장이 25일 퇴임 기자회견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의사 출신인 정 의장은 “아직 손이 안 떨려 마음먹으면 수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런 (혼란스러운) 정치의 모습을 보고 그냥 떠난다는 게 국민에게 죄 짓는 죄책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자신의 싱크탱크인 ‘새 한국의 비전’을 26일 출범시킨다. 미래지향적 중도세력의 ‘빅텐트론’을 제시한 그는 “새로운 정당으로 태어날 수 있는 것도 결사체”라며 10월 창당 가능성을 시사했다.

대부분의 국회의장들이 임기를 마친 뒤 현실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것과는 다른 이례적인 행보다. 정 의장은 사석에서 “(본인에게) 2017년 대운(大運)이 올 것”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있다. 주변에선 정 의장이 내심 대권 의지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그는 그러나 이날 내년 대선 출마에 대해선 “공자께서 도를 깨치고 하신 말씀 중 하나가 지불가만(志不可滿·부족한 사람이 다 채우려 하면 패가망신한다)”이라며 일단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정 의장은 19일 19대 국회의 마지막 본회의에서 자신이 직접 발의한 상시 청문회가 가능한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파문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거부권 행사를 검토하는 등 반발했다. 그러자 정 의장은 국회법 개정안의 대안으로 ‘국정감사 폐지’를 거듭 거론했다. 그는 “(상시 청문회는) 상임위 차원의 작은 청문회”라며 “이것이 시행되면 국감을 폐지하는 법안을 제출해 올해부터는 하지 않아도 되게끔 (하면 된다)”이라고 말했다. 상시 청문회법을 놓고 국회의 과도한 행정부 견제에 대한 우려가 나오자 뒤늦게 국감 폐지를 들고나온 것이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국감 폐지 발언에 대해 무책임하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국회법을 개정해 국감을 폐지하라’는 게 (정 의장이 말하는) 의회주의 정신에 맞느냐”며 “헌법에 국회가 행정부를 통제할 수 있게끔 명문화한 국감 제도를 어떻게 법률을 개정해 국회 권한을 없앨 수 있다고 판단하는지 이해가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 의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께서는 국회 운영에 관계되는 일은 국회에 맡겨두는 게 좋지 않겠나 생각한다. 가능한 한 거부권 행사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각을 세웠다. 그는 박 대통령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법 등 쟁점 법안의 직권상정을 수차례 요청했지만 거부한 바 있다. 정 의장은 친정인 새누리당을 두고 “무능한 보수, 나태한 보수, 권위주의적인 보수, 어렵게 사는 국민을 위한 따뜻한 보수를 못 하는 인식이 계속된다면 자동 입당이 된다고 하더라도 탈당할 수 있다”고도 했다.

정 의장은 “시대의 요구가 바뀌면 헌법을 바꾸어내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며 개헌 필요성도 제기했다.

송찬욱 기자 song@donga.com
#정의화#대권#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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