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도권 선점 시동거는 野人, 손학규-정의화… 여소야대 균열 경계하는 野黨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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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發 정계개편 바람]‘새판 짜기’ 의견 분분한 정치권

내년 대선을 1년 7개월 앞두고 정치권의 새판 짜기, 즉 정계 개편이 ‘메가톤급 화두’로 떠올랐다.

가장 적극적인 인사는 ‘야인(野人)’ 손학규 더불어민주당 전 상임고문이다. 그는 19일 일본 도쿄 게이오대 강연에서 “한국은 심각한 정치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국민은 분노와 좌절 속에서 정치의 새판을 짜라고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 정계 은퇴 선언 22개월 만에 “새판을 짜는 데 앞장서겠다”고 선언한 데 이어 정치권 새판 짜기를 정계 복귀의 명분으로 삼겠다는 의도를 숨기지 않은 것이다. 손 전 고문은 이날 강연에서 “의원내각제나 이원집정부제 등 개헌을 통해 한국 정치 권력구조의 새 길을 모색하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진행될 것”이라며 ‘개헌’ 얘기도 꺼냈다. 개헌을 지렛대로 정계 개편의 동력을 만들겠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계 개편의 또 다른 ‘설계사’는 정의화 국회의장이다. 그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후배들이 나라를 잘 이끌 것으로 판단되면 조언하는 역할에 머물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창당을) 결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전날에 이어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며 정계 개편 ‘군불 때기’에 나선 것이다. 그가 제시한 창당 선언 시점은 10월이다. 정치권에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임기를 마치고 국내로 복귀하는 12월 이후 정계 개편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이 임기 말 당을 장악하려 하면 언제나 당이 깨졌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당의 자율성을 용인할 가능성이 낮다는 점에서 정계 개편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결국 정계 개편이란 상수를 두고 주도권 경쟁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새누리당 의원들은 말을 아꼈다. 김무성 전 대표와 가까운 강석호 의원은 “보수당은 깨지면 다 죽는다”고 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과 가까운 김세연 의원은 분당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없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친박(친박근혜)-비박(비박근혜)계의 결별 여부가 정계 개편의 위력을 결정하는 만큼 당분간 정치권의 관심은 여권 움직임에 쏠릴 것으로 보인다.

국회 권력을 장악한 야권은 이날 정계 개편과 거리를 뒀다. 정치권이 정계 개편이란 블랙홀로 빨려들면 야권에 유리한 정치 지형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더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민생이 도탄에 빠졌는데 정당과 계파의 일부 정치인이 벌써부터 정략적 구상을 앞세우는 모습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대선 때 논의할 내용을 지금부터 하는 것은 정치 허무주의를 확산시킨다”며 대선 정국에선 다양한 정계 개편 논의가 이뤄질 것임을 시사했다.

전날 “새누리당에서 (일부 세력이) 쪼개져 나오면 받아들이겠다”고 밝힌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여의도에서나 이(정계 개편) 문제에 관심이 있지 일반인들은 매일매일 생활이 어렵다. 국민이 보기엔 ‘정치놀이’”라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인위적으로 ‘파괴 공작’ 같은 것을 하지 않는 게 국민의당의 입장”이라고 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황형준 기자 / 도쿄=장원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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