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 김정은, 핵보유국 자처하며 ‘평화 공세’ 가당치 않다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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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김정은이 제7차 노동당 대회 이틀째인 7일 당 사업을 평가하는 총화 보고에서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며 “경제 건설과 핵무력 건설을 병진시킬 데 대한 전략적 노선을 항구적으로 틀어쥐고 자위적인 핵무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정은은 또 “적대 세력이 핵으로 자주권을 침해하지 않는 한 이미 천명한 대로 먼저 핵무기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핵 전파 방지 의무를 이행하고 세계의 비핵화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나름대로의 ‘핵 독트린’을 천명했다. 갖은 미사여구를 동원했으나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북한 스스로 핵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밝힌 것이다.

노동당 제1비서이자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으로서 김정은은 7만2000여 자에 달하는 총화 보고를 통해 미국에 대해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조선에서 침략 군대와 전쟁 장비들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김일성 때부터 주장했던 연방제 통일을 거듭 제기하면서 남북 군사당국의 대화와 협상,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을 요구했다.

이는 북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고 평화 공세를 통해 남남 갈등과 한미동맹의 균열을 유도해 제재 국면에서 벗어나려는 전략이다. 중국이 한반도 비핵화 협상과 평화협정 논의의 병행을 강력히 주장하고 최근 미국 내에서도 동조하는 듯한 기류가 형성되는 것을 틈타 국면전환에 나서는 듯하다. 실제로 최근 서울을 다녀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미국이 북한과 평화협정 논의를 할 경우 한국이 어느 정도 양보할 수 있는지를 타진했다는 보도도 있다.

미군 철수를 조건으로 6·25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하는 것은 우리로선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을 노리는 북에 넘어가는 일이 없도록 한미가 보다 면밀히 대북 공동보조를 취해야 한다. 북이 평화를 얘기하려면 임박설이 나도는 5차 핵실험부터 접는 것이 순서다. 이명수 인민군 총참모장이 당 대회 토론에서 “명령만 내리면 핵 뇌성을 터뜨리고 서울 해방작전, 남반부 해방작전을 단숨에 결속할 것”이라고 위협하는 상황에서 대화 제의를 한 것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는가. 북-미 간의 대화를 위한 분위기 조성이나 한국 차기 정권과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한국 총선에서 야당이 승리한 것을 틈타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을 개연성이 크다.

김일성을 흉내 내 양복 정장 차림을 한 것을 제외하면 김정은이 바뀐 것이라곤 없다. 경제 분야에서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등이 제시됐지만 기대했던 개혁·개방 정책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그는 “자본주의 나라들과도 다방면적인 교류와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했지만 핵 포기 없인 헛된 꿈일 뿐이다. 김정은이 “그 누구의 변화를 바라거나 체제 붕괴를 추구하지 말라”며 핵을 고집하는 것은 결국 자멸을 부르는 것이다. 평화협정이든 남북대화든 북의 대화 제의는 실질적인 핵 포기 전에는 시간 낭비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는 위장 평화공세라는 것이 그동안의 교훈이다.
#제7차 노동당 대회#북한#김정은#핵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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