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지는 친박… 최경환 방어모드 틈타 중진들 “각자도생”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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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3총선 이후]새누리 새 지도부 구성 안갯속

4·13총선 참패 책임론에 휩싸인 새누리당 내 친박(친박근혜)계의 분화가 시작됐다. 주요 국면마다 한목소리를 내왔던 친박 핵심 그룹에서조차 참패 책임론과 새 지도부 구성 등을 놓고 ‘각자도생(各自圖生)’에 나서는 모습이다. 청와대의 장악력이 약화되는 분위기인 데다 수습의 구심점도 마땅치 않고 친박계를 대표할 대선 주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첫 번째 징후는 이번 주 본격화하는 원내대표 레이스를 앞두고 친박 내에 일고 있는 균열이다.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주류 핵심과 공천 파동에서 다소 비켜나 있는 4선 당선자들 간의 생각이 다르다. 주류 측에선 ‘비박(비박근혜) 추대론’까지 언급했지만 홍문종, 유기준 의원 등은 이미 물밑에서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간 원내대표 선출이 경선으로 치러질 경우 친박 측에선 표 분산을 막기 위해 통상 ‘교통정리’를 했다. 하지만 이번엔 이렇다 할 움직임도 없다. 주류 측 한 의원은 “(당 대표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까지는 친박이 납작 엎드려 있는 상황 아니냐”며 “두 의원이 출마해도 밀어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이르면 6월 치러질 전당대회를 놓고도 해법이 엇갈리고 있다. 친박 주류는 차기 당 지도부 역할의 중요성을 감안할 때 총선 패배에도 여전히 최 전 부총리를 내세워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내 탓, 네 탓 하지 말자. 모두가 죄인”이라는 대응 논리도 마련했다. ‘자숙 모드’ 중이긴 하지만 ‘더 밀리면 안 된다’는 생각에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책임론이 크게 불거질 경우 재선에 성공한 의원들이 나서 방어전을 펴기로 했다.

하지만 친박계 일각에선 ‘최경환 당 대표론’ 자체에 회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외부 인사가 비상대책위원장은 물론이고 당 대표를 맡을 가능성도 열어둬야 한다”고 말했다. 영남권의 한 의원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친박들이 나온다고 표를 줄 것 같으냐”며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공고했을 때도 2014년 5월 이후 국회의장, 당 대표, 원내대표 경선에서 친박계가 연패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당대회를 연말까지 연기하는 방안도 나오고 있다. 그때까지 ‘혁신’ 비대위 체제를 유지하자는 것이다.

당초 친박계는 총선 이후 확실한 당내 헤게모니(주도권)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총선 참패로 응집력이 크게 약화되자 지역을 바탕으로 각개격파하거나 독자 세력화를 추진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4선 고지에 오른 친박계 정우택 의원과 정진석 당선자는 최근 새누리당 소속 충청권 당선자 회동에서 ‘충청권 역할론’에 불을 지폈다. 정우택 의원은 연일 “‘찐박(찐한 친박)’은 좀 나서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이 소통해야 한다”며 친박 주류와의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정진석 당선자는 원내대표 도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정현 의원은 야권의 텃밭인 호남에서 내리 두 번 당선된 저력을 바탕으로 ‘호남 대표론’을 내세우고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이학재 의원과 주광덕 당선자는 ‘새누리당 혁신모임’의 멤버다.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친박계의 분열 조짐이 두드러지면서 앞으로 이들이 주요 현안에서 일관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당선자 워크숍과 5월 3일 원내대표 경선이 첫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5선 고지에 오른 비박계 심재철 의원은 이날 “당이 살아야 한다. 당을 위해 저부터 내려놓겠다”면서 “(원내대표 대신 국회) 부의장직으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1당이 된 더민주당이 국회의장을 맡을 경우를 상정해 새누리당 몫의 부의장 직에 도전하겠다는 뜻이다. 심 의원은 “원내대표는 평화적인 모습으로 합의 추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친박#최경환#중진들#새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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