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책은 없고 진흙탕 싸움만 있는 최악의 깜깜이 총선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3월 7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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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의 막장 공천 드라마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다. ‘공천 살생부’ 논란과 사전여론조사 유출 파문에 이어 어제는 1차 컷오프(공천 배제)에 걸린 예비후보들이 당사에서 시위를 벌여 시끄러웠다. 울산 울주의 강길부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장을 찾아 “중앙당에서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소위 친박 2명만 상대로 조사가 시행됐다”며 “상향식 공천은 어디로 갔냐”고 항의했다. 부산 중-영도구에 출마하는 김무성 대표는 공천면접 심사장에서 단수추천의 문제점을 따지며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설전을 벌였다. 사전여론조사 유출로 이 위원장을 비롯한 위원 전원이 중앙선관위 조사까지 받았다.

정책에는 관심 없고 이전투구(泥田鬪狗)만 난무한다.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3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4·13총선 공약의 가안을 보고했지만,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 자리에선 계파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여론조사의 방법, 비례대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공천을 둘러싼 새누리당의 암투(暗鬪)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08년 18대 공천 때는 ‘친박 학살’, 2012년 19대 공천 때도 ‘친이(친이명박) 학살’ 논란이 불거졌다. 8년이나 집권한 데다 분탕질을 쳐도 주요 선거마다 연전연승하니 권력에 취한 극도의 방자함이 하늘을 찌른다.

야권도 다르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양극화 해소 공약인 ‘777플랜’을 발표했다. 국민의당도 복지공약을 발표했으나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가 정치공학적인 계산으로 야권 통합 카드를 빼들자 정책 이슈는 파묻혔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정국의 국면전환용 카드가 공약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셈이다. 어제도 김종인 대표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날 선 논쟁을 벌였다. 더민주당은 2010년 지방선거 때 무상급식 이슈를 들고 나와 판을 흔든 이후 정책에서 여당에 계속 밀린다. 2012년 대선 때는 야당의 전매특허라 할 경제민주화 이슈마저 여당에 선수를 빼앗겼다.

이번 총선은 안보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정책경쟁이 어느 선거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예상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국 배치와 노동개혁,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비롯한 각종 현안과 국민의 선택을 받아야 할 공약들이 산적해 있다. 2012년 19대 총선 때는 중간층을 잡기 위한 복지공약 경쟁이라도 했다. 가뜩이나 선거구 획정까지 질질 끌어 정책경쟁을 할 시간도 없는 터에 진흙탕 싸움으로 날을 지새우니 최악의 ‘깜깜이 총선’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정책#총선#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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