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선 D-50 여야 기득권 수호로 끝낸 선거구획정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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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총선 직전 선거구 획정 때 여야는 세종특별시가 신설됐으니 19대에 한해서만 국회의원 정수를 1명 늘려 300명으로 하기로 정했다. 선거구가 존재하지 않는 무법 상태가 50일을 넘긴 어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은 300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 기준에 합의했다. 지역구는 246개에서 253개로 늘어나고, 그 대신 비례대표 의석이 54개에서 47개로 줄어든다. 역대 최악이라는 비판을 받는 19대 국회가 정원을 줄여도 시원찮을 판에 299명으로 환원키로 한 당초 약속마저 어긴 것은 후안무치(厚顔無恥)다.

헌법재판소는 2014년 10월 선거구 간 인구편차를 3 대 1에서 2 대 1로 줄여 표의 등가성 왜곡을 시정하도록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현행 선거구에 2 대 1 인구편차를 적용하면 농어촌 선거구가 상당수 사라졌을 것이다. ‘농촌당’ 의원들이 들고 일어나면서 결국 지역구를 7개 늘리고 비례대표를 줄이게 됐다. 그것도 새누리당과 더민주당의 텃밭인 경북과 호남에서 각각 두 석 줄이기로 합의해 양쪽 다 ‘손해 보는 장사’는 하지 않았다. 2001년 헌재가 인구 편차를 4 대 1에서 3 대 1로 줄이라고 했을 때도 국회는 274석이던 의원 정수를 299석으로 늘려버렸다. 지역구 의원들의 기득권을 지켜주기 위해 자꾸 국회의원 수만 늘린 꼴이다.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19대 의원들이 법을 얼마나 우습게 아는지 역력히 드러났다. 정파적 이해에 휘둘려 선거구 획정이 늦어지는 것을 막겠다며 작년 5월 공직선거법까지 개정하고도 여야는 지키지 않았다. 심지어 여야는 헌재가 제시한 선거구 조정 시한을 어겨 기존 선거구를 모두 무효로 만드는 초유의 사태까지 초래했다.

선거구 획정 지연은 여야 모두의 책임이다. 처음엔 야당이 비례대표 인원 축소에 반대하면서 비례대표 선출 방식 변경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나중엔 여당이 쟁점법안들과의 연계 처리를 고집하는 바람에 합의가 어려웠다. 4년 후 똑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선거구획정위가 여야 대리전을 펴지 못하도록 위원 구성과 의결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선거구획정#총선#선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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