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신박·친박 靑-與 권력투쟁은 방송보도 말란 말인가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1월 29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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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산하의 선거방송심의위원회(선방위)가 그제 ‘신박(신박근혜)’ ‘친박(친박근혜)’ ‘저격수’ 등의 표현을 사용한 채널A, TV조선, MBN 등 종합편성채널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의견 제시’를 의결했다. 신박, 친박 표현이 특정 정치인과 박근혜 대통령의 관계를 강조해 불공정한 선거운동이 될 수 있다는 취지의 민원에 대해 선방위는 “계파보다 정책을 강조해 보도해야 한다”며 사실상 금지시킨 것이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방송에서 새누리당 최경환 윤상현 의원을 ‘친박 실세’라고 부를 수 없게 될 판이다.

대통령 직속 행정기구인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작년 10월 방송사 재승인 심사 점수에 반영하는 벌점을 2배로 늘린 방송평가규칙을 개정할 때부터 “왜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공정성·객관성·선거방송 같은 민감한 분야에 처벌 수위를 높이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방통위가 방송사 벌점을 확대한다는 것은 청와대가 방송사의 존폐를 좌우할 소지도 커진다는 의미다. 이번 선방위의 ‘의견 제시’ 역시 법정 제재보다 낮은 조치이기는 하나 방송사의 자기 검열을 강화해 선거보도를 옥죌 우려가 적지 않다.

더구나 친박이라는 용어는 2008년 ‘친박연대’라는 당명까지 나와 대중에게 익숙한 용어다. 이를 시비하는 것은 선방위가 선거보도의 공정성을 따지는 본래의 기능을 혼동한 것이고, 언론 자유를 위축시킬 소지도 크다.

더 큰 문제는 진박이라는 말이 나온 진원지는 청와대라는 사실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11월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말해 ‘진박(진실한 친박)’ 용어 유행에 불을 지폈다. 대구 지역에 출마하려는 현 정부 장관과 대통령수석비서관 출신 등의 새누리당 예비후보 6명은 자신들이 진짜 진박인 ‘진진박’이라며 함께 찍은 사진까지 페이스북에 올렸다. 친박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은 ‘진박 감별사’를 자처했고, 원유철 원내대표는 “나를 신박이라 불러달라”고 요청했다. 청와대가 진작 계파정치를 청산하고 ‘친박 팔이’를 하는 측근들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면 방송에서 이런 ‘사실 보도’가 나올 리 있겠는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근 잇따라 ‘권력자’라는 단어로 박 대통령을 지목하며 상향식 공천을 강조하는 것도 고질적 계파 정치에 대한 일종의 반란일 것이다. 친박연대를 만들었던 서청원 최고위원 등이 어제 “새누리당의 권력자는 김 대표 아닌가”라며 반격에 나서는 등 집권여당이 공천권을 둘러싸고 권력 다툼을 보이는 모습도 볼썽사납다. 최대권 선방위원장은 정책선거를 강조하면서 “우리 정치 수준이 이거밖에 안 되느냐”고 탄식했다. 이런 비판은 현상을 보도하는 방송이 아니라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향해 던져야 옳다.
#신박#친박#권력투쟁#방송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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