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정당 후원 부활…‘차떼기’ 악몽에 기업들 떨고 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5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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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국회의원이나 각종 선거의 후보 같은 정치인 개인에 대한 후원은 허용하면서 정당에 대한 후원은 금지한 현행 정치자금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정당은 정치적으로뿐만 아니라 재정적으로도 국민의 동의와 지지에 의존해야 하고 정당 스스로 국민으로부터 그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게 헌재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정당에 후원금을 내는 것도, 정당 후원회 구성도 가능해진다. 헌재는 2017년 6월 30일까지 법을 개정토록 했다.

정당 후원은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이 불법 대선자금을 받은 ‘차떼기 사건’을 계기로 오세훈법(개정 정치자금법)이 만들어지면서 2006년 폐지됐다. 정당에 분기별로 지급되는 국고보조금과 당원들의 당비 외에 후원금까지 추가로 들어오면 정당의 살림살이가 한층 넉넉해질 것이다. 그러나 국민은 부작용을 더 걱정하고 있다. 법을 개정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정경 유착의 폐해가 재발하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반드시 둬야 한다.

현행 정치자금법은 국회의원 등에 대한 후원의 경우에도 개인 외에 법인이나 단체는 금지하고 있다. 액수도 국회의원 한 명에게 연간 500만 원까지로 제한되고, 300만 원 초과 시 명단이 공개된다. 정당의 후원금도 이 원칙을 유지한다면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그러나 걱정되는 것은 편법과 불법이다. 지금도 법인이나 단체가 입법 로비를 위해 개인 명의로 쪼개는 식으로 법망을 피해 국회의원에게 후원금을 주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정당 후원이 부활하면 불이익을 당하지 않으려는 보험 성격이나 특혜를 노리고 기업들이 개인 명의로 돈을 줄 수 있다. 정치인들의 노골적인 요구나 은근한 압박도 예상된다. 정당 후원금이 사실상 강요된 준조세로 변질될 게 뻔하다. 기업들은 벌써부터 긴장하고 있다.

차제에 정당의 수입과 지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 1980년 이후 지금까지 1조1000억 원의 정당 국고보조금이 지급됐지만 사용 명세를 밝힌 적도, 감사를 받은 적도 없다. 돈은 들어오고 나가는 것을 투명하게 관리하지 않으면 썩게 마련이다.
#정당#후원#차떼기#불법대선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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