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진 대구 시장 “시민이 市長… 달구벌 변화의 싹 틔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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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8개월

권영진 대구시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달구벌(대구)의 잠재력을 깨워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바꿔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권영진 대구시장은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달구벌(대구)의 잠재력을 깨워 개방적이고 역동적인 도시로 바꿔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권영진 대구시장(53)이 지난해 시장 선거에 뛰어들었을 때 많은 유권자는 “저 사람이 누구냐”라고 반응했다. 대구에 기반을 둔 것도, 그렇다고 전국적 지명도가 있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부시장과 국회의원을 지냈지만 대구에서 그를 아는 사람은 드물었다.

하지만 그는 시민들이 오랫동안 가졌던 답답한 갈증을 정확하게 읽었다. 대구가 아주 달라져야 한다는 시민들의 욕구를 직시하고 호소했다. 치열했던 시장 선거에서 그는 대구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기대감을 시민들의 가슴 속에 꽂았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 권 시장과 시민들은 대구의 미래를 새로 설계하는 ‘꿈틀거림’을 공유하고 있다. 3일 본보와 인터뷰한 그는 “대구 변화를 위한 첫 단추는 끼운 것 같다”고 말했다.

○ “큰 언덕 大邱의 꿈”


그는 변화 혁신 쇄신 창조 같은 말을 ‘그냥 그대로 해 오던 방식을 단절하고 새롭게 나아가는 자세와 분위기’라고 풀이했다. 대학부터 서울에서 생활한 그가 고향 대구에 늘 아쉬워한 부분이 바로 이런 ‘막힌’ 지역이라는 인식이다. 홀몸으로 구원투수처럼 대구를 바꿔 보겠다며 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이유다.

“서울과 달리 대구를 비롯한 지방은 대도시라도 떠나가는 데 오랫동안 익숙해져 있습니다. 수도권 규제 같은 문제와는 별개로 도시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절박하게 해 나가야 악순환의 고리를 하나라도 끊는 토대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허망과 좌절 대신 희망의 싹을 돋아나게 하려면 소극적이고 폐쇄적인 부정적 분위기부터 바꾸는 정직한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시민이 시장’이라며 시민과 부대끼는 방식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민원 현장을 찾는 현장소통시장실을 지금까지 56회 운영했고 시민원탁회의 등을 통해 시민 속으로 파고들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시민원탁회의는 시민 500여 명이 참석해 그동안 5회 열렸다. 22일에는 ‘청년이여, 대구를 말해 봐!’를 주제로 시민원탁회의가 열린다. 대구의 변화를 위한 시민의 뜻을 모으고 동시에 시민으로서의 책임을 공유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리더십(시장)과 팔로어십(시민)은 대등하게 중요합니다. 지도자 그룹의 책임을 강조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처럼 시민으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한 시티즌스 오블리주가 두 바퀴처럼 돌아가야 무슨 일이든 풀리지 않을까요. 대구가 개방적이고 포용적인 지역으로 바뀌어 발전하려면 시민들이 이런 현실을 살피며 함께 나아가려는 자발성이 꼭 필요합니다.”

권 시장은 대구가 ‘大邱’라는 글자 그대로 ‘크고 높고 뛰어난 세상의 언덕’이 됐으면 하는 꿈에 설렌다. 그는 “허세를 버리고 하나씩 기초 실력을 쌓는 정직한 자세를 스스로 쌓으려고 한다”며 “그렇게 돼야 대구시가 추진하는 많은 정책도 결실을 보는 토양을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그는 ‘대구의 원기(元氣)’라고 표현했다.

○ “달구벌 대구=글로벌 대구”

그는 대구를 가리키는 말로 흔히 쓰이는 달구벌이 글로벌과 발음이 비슷한 점을 흥미롭게 여긴다. 대구는 태생적으로 글로벌한 지역이라는 의미를 불어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달’(達)은 ‘막힘을 걷어 내고 사방으로 뻗어 나가는 통달’이라고 했다. 202개국이 참가한 2011년 대구세계육상대회와 올해 4월 168개국이 참가한 7차 세계물포럼을 이런 ‘달’의 실천으로 본다. 올 들어 프랑스 독일 미국 등과 경제협력을 부쩍 강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이든 지역이든 국가든 가슴 뛰게 하는 에너지가 결핍되면 작은 일이라도 제대로 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달구벌 대구에서 추진하는 정책과 시민의 삶, 생활 현장 등 모든 영역에 이런 기운이 스며들어야 대구의 매력과 호감도 향기처럼 퍼지지 않을까요? 달구벌에 이런 의욕이 넘치도록 시민의 가슴을 파고드는 욕심을 잠시도 멈추지 않을 겁니다.”

그는 ‘보수적 도시 대구’라는 말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수라는 말은 변화를 꺼리는 부정적 의미로 흔히 쓰이지만 이는 정확하지 않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권 시장은 ‘보(保)’는 ‘서로 도와서 왕성하게 기른다’는 뜻으로, ‘수(守)’는 역사와 전통을 발전적으로 계승한다는 뜻으로 풀이했다. 이런 ‘보’와 ‘수’의 뜻을 바르게 인식하는 것도 대구 변화의 중요한 측면이라고 강조했다. 대구의 국채보상운동과 4·19혁명으로 이어진 2·28민주운동 도 이런 보수 정신에서 가능한 저력이라고 했다.

권 시장은 “절실하게 노력할수록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할 수 있지만 이는 성장통 아니겠느냐”며 “든든한 동료인 시민과 팀워크를 이뤄 하나씩 성과를 내는 달구벌의 발랄한 변화를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
#권영진#대구#市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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