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노총에 굴복한 18년 前 노동개혁 실패 반복할 건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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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예정된 예산안 처리를 하루 앞두고 이번에는 새누리당이 ‘법안 연계’라는 무기를 들고 나왔다. 어제 오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긴급 당정회의를 소집해 “예산과 관련해 시급한 민생경제 관련 법안, 노동개혁 관련 5개 법안은 반드시 (예산과) 연계해서 처리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늘 본회의 이전까지 예산안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이른바 ‘국회선진화법’에 따라 지난달 30일 자동 부의된 정부 예산안이 그대로 상정된다. 이렇게 되면 정부가 부담해야 한다고 야당이 주장해 온 누리과정 예산이 0원으로 통과될 수도 있다.

그동안 새정치민주연합은 공무원연금 개정안 통과 조건으로 엉뚱한 국회법 개정안을 끼워 넣는 식으로 걸핏하면 법안 연계 전략을 구사해 왔다. 그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 처리 직후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가 “새누리당은 야당에 큰 빚을 지는 만큼 예산안, 법안심사 때 그 빚을 꼭 갚아주기 바란다”고 말한 것도 이런 잘못된 법안 연계를 당연시한 것이다. 그랬던 새정치연합이 새누리당의 역공에 다급해진 듯 “김 대표가 법안과 예산을 연계시키지 않기로 약속했다”며 반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노동개혁 법안은 청년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저성장 ‘깔딱 고개’에서 한 발짝도 못 나아가고 있는 한국 경제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하다. 9일 끝나는 정기국회 안에 노동개혁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면 19대 국회에선 자동 폐기될 공산이 크다. 새정치연합은 내년 총선에서 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눈치를 보는지 법안을 환경노동위원회 법안소위에 상정하는 것조차 거부했다.

민노총은 10월 중순 모든 국회의원들에게 ‘정부·여당 노동개혁(안)에 대한 의견표명 요청’을 보내 노동개혁 법안에 찬성한 의원들을 대상으로 낙천 낙선운동에 나설 것을 시사한 바 있다. 어제는 기자회견을 열어 국회에서 노동개혁 법안을 논의할 경우 전면 총파업에 돌입하겠다고 위협했다.

고 김영삼 대통령 임기 후반기인 1996년에도 민노총은 글로벌 경쟁 시대에 대처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안이 여당 단독으로 통과되자 즉각 총파업으로 강경투쟁에 나선 전력이 있다. 결국 정부가 민노총에 굴복함으로써 1997년 노동법 개정이 백지화됐지만 그해 말 외환위기 사태가 터지고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게 된 데는 민노총과 이에 끌려다닌 야당이 한 원인으로 작용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노동개혁청년네트워크 소속 청년들은 어제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노동개혁 입법을 촉구하는 국민운동에 들어갔다. 새정치연합은 기득권 유지에 골몰하는 민노총 편을 드느라 일자리를 찾는 청년들의 간절한 호소를 외면하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18년 전처럼 민노총과 그에 끌려다니는 야당 때문에 노동개혁의 타이밍을 놓친다면 청년 일자리 창출도, 경제활성화도 요원한 일이 되고 말 것이다.
#민노총#노동개혁#새누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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