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광복 70년, 과거사 역풍에 한일관계 개선 물 건너가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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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어제 “곧 발표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담화’가 역대 담화의 역사인식을 확실하게 재확인함으로써 양국 관계가 미래로 향하는 데 큰 기반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오카다 가쓰야 일본 민주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지금까지 조건을 단 적은 없다”면서도 “남아있는 현안에 대해 인내심을 갖고 하나씩 풀어나가는 것이 정상회담 개최 분위기 조성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해 과거사 해결 없는 정상회담 불가를 시사했다.

한국과 일본이 각각 광복과 종전(終戰)이라는 다른 의미를 담아 기념하지만 70주년을 맞는 15일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향후 양국 관계는 또 달라질 수밖에 없다. 아베 총리에게 한일 관계 개선 의지가 있다면 ‘식민지배와 침략에 대한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무라야마 담화, 위안부의 강제 동원을 인정한 고노 담화의 역사인식을 보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은 어제 “한중일 3국 간 역사문제에서 기인한 역풍이 불어 좀처럼 개선의 추진력이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한국 외교가 직면한 문제를 토로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미중 양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는 상황은 골칫거리나 딜레마가 아니고 축복”이라고 자화자찬한 것과 대조적인 발언이다. 이미 일본에서는 무라야마 담화의 4대 핵심 표현인 사죄, 반성, 침략, 식민 지배 중 ‘사죄’와 ‘식민 지배’는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언론을 통해 나온다. 만에 하나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발언을 외면할 경우, 외교당국은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중국과 일본의 패권경쟁으로 동북아 정세는 격랑을 예고하고 있다. 급박한 안보 환경 속에서 한국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현실인식 위에 돌파구를 찾는 적극적 외교정책이다. 6일 말레이시아에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가 열린다. 윤 장관은 북핵 문제와 함께 발등의 불로 다가온 한일관계 개선에서도 ‘외교 축복론’을 입증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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