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노골적 지상파 밀어주기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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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고시가 무슨 십계명이냐 바꿔라”… “더 시끄러워지길 바라나”
주파수소위 회의 속기록 살펴보니
정부, 2013년 700MHz 활용안 발표… 국회 뒤늦게 “지상파에 배분” 압박

700MHz 배분방식 결론 못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700MHz 배분방식 결론 못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주파수정책소위원회에서 소위 위원장인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19일 주파수 정책을 다루는 소위원회를 열고 ‘황금 주파수’로 알려진 700MHz 주파수 대역 배분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국회의 요구를 일부 수용해 700MHz 주파수 9개 구간(54MHz) 가운데 4개(24MHz)를 KBS, MBC, SBS 등 지상파에 배분하고 나머지는 통신사에 배분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지만, 여야 의원들은 “4개로 부족하다”며 ‘진전된 안’을 요구했다. 한국방송협회는 전국 초고화질(UHD) 방송을 위해 9개 구간 모두를 지상파에 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주파수 배분은 미래부와 방송통신위원회의 정책 결정과 주파수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고시(告示)에 의해 완성되는 정부의 고유 권한인데도 국회가 관여하는 것은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깨는 월권행위라는 논란도 커지고 있다.

○ 정부 권한 변경 요구하는 국회

“광개토플랜이라는 게 무슨 십계명이냐?”(새정치민주연합 전병헌 의원)

“3년 동안 검토를 했고 2년 동안 만들어서….”(윤종록 미래부 2차관)

동아일보가 지난해 12월 28일과 올 1월 28일 비공개로 열린 주파수정책소위원회 속기록을 확인한 결과 여야 의원들은 첫 회의부터 정부가 발표한 700MHz 주파수 활용 계획인 ‘광개토플랜’의 변경을 집요하게 요구했다.

정부는 2012년,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광개토플랜을 발표하고 이를 위한 고시 개정에 나섰다. 당시 속기록에 따르면 전 의원도 월권 논란을 의식한 듯 “주파수소위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구체적이고 직접적으로 관여하겠다는 취지가 아니다”라면서도 “UHD 지상파 서비스를 전국 서비스로 할 거냐 말 거냐. 할 건지 안 할 건지만 얘기해라”며 정부를 압박했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꼭 그렇게 갈등을 끌어올려서 더 시끄러워지기를 바라는 거냐. 정부도 그렇고 약한 방송들도 그렇고 나중에 정말 상처가 크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심학봉 새누리당 의원도 “전혀 못 바꾸는 것이냐”며 거들었다.

○ 국회의 지상파 사랑

전 세계적으로 700MHz 주파수를 UHD 방송용으로 배분한 국가는 한 곳도 없다. 특히 한국은 700MHz가 전 세계적으로 통신용으로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7월 서울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전파회의(APT)’의 핵심 의제는 38개국 정부 관계자 등이 한국이 제안한 700MHz 주파수 활용안 ‘APT-700’을 확정하는 것이다.

홍인기 경희대 전자전파공학과 교수는 “전 세계 국가들이 700MHz 주파수를 통신용으로 사용하기로 결정하는 상황에서 한국이 2010년부터 제안한 ‘APT-700’을 스스로 뒤집는다면 국제적 신뢰를 깨는 것일 뿐 아니라 경제적 기술적 타격이 매우 클 것”이라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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