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靑, 연금개혁 무산에 정치권 핑계 말고 自責부터 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8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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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어제 공무원연금 개혁이 무산된 것과 관련해 “여야가 난항을 거듭하다 결국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책임을 정치권 탓으로 돌리면서 여야를 싸잡아 비판한 것이다. 그는 “정치권이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한다면 공무원연금 개혁을 먼저 이뤄낸 다음에 국민연금은 국민 의견을 수렴한 뒤 해야 한다”며 우선순위와 방법까지 거론했다. 청와대는 스스로를 정치권을 초월한 위치에서 잘잘못을 평가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우월적인 존재로 알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모든 국정 행위는 그 자체가 정치다. 여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하부 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이 곧 여당이고, 정치권이다. 여당과 한 몸으로 움직이면서 좋은 방안을 만들어내야 하고, 결실을 맺기 위해서는 역시 여당과 더불어 치밀하게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야당과 국민도 설득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없는 정부를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에서 청와대와 대통령이 과연 이런 노력을 다 기울였는지 의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공무원연금 개혁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처리 시한을 제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정부는 협상 과정에서 그다지 적극성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개혁안의 재정 추계도 협상 시한의 마감에 임박해서야 내놓는 바람에 객관적인 검증이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야를 나무라기 전에 스스로의 정치력 부족을 반성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안에 ‘국민연금 명목소득대체율 50% 인상’ 부분이 연계된 사실을 사전에 몰랐다고 강변한 것도 무책임하다.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여당이 따로 놀고 있다는 사실을 만천하에 고백한 것과 다름없다.

박 대통령은 어제 “정치와 정치권은 각 당의 유불리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오로지 국민을 위한 개혁의 길에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늘 하는 말이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나는 국민 편, 정치와 정치권은 딴 편’이라고 편을 가르는 듯하다. 대통령이 정치권을 때리고 차별화한다고 해서 자신의 위신이 올라가는 것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도 아니다. 국민은 박 대통령이 정치를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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