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α’ ‘-β’만 밝힌 야당案… 노조 반발에 숫자 빼버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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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연금 개혁 혼선]
기여율-부담률 구체적 수치 없어… 재정절감 효과 계산 불가능
野 “내부적으로 수치 갖고있다” 해명… 與 “노조 눈치만 보고 무책임”

“(기여율, 지급률 등) 숫자에 관심이 많은데, 숫자는 발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대신 저희가 알파, 베타, 감마로 발표했다.”(새정치민주연합 홍종학 의원)

“알파, 베타, 감마…. 수학 시간도 아니고 지금 국민을 놀리는 것인가. 너무 실망스럽다.”(새누리당 김현숙 의원)

새정치연합이 25일 자체적인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내놓았지만 구체적인 수치를 빠뜨려 ‘알맹이 없는 개혁안’이라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새누리당은 “명확한 개혁안을 내 놓으라”고 비판했다. 공무원노조까지 “야당안은 마치 (노조와) 사전에 합의된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며 서울 여의도 새정치연합 당사를 점거했다.

○ 야당의 ‘애매한 방안’


공무원연금 개혁안의 핵심 쟁점은 ‘매월 얼마를 더 내야 하는지’와 ‘연금을 지금보다 얼마나 덜 받는지’다. 그러나 야당안에는 이 핵심이 빠져 있다.

새정치연합은 매월 내야 하는 연금 보험료율인 기여율은 ‘7%+α(알파)’, 은퇴 후 연금 수령액을 결정짓는 지급률은 ‘1.9%―β(베타)’라고만 밝혔다. ‘더 내고 덜 받는’ 방향성만 보였을 뿐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이는 공무원노조의 반발을 의식한 조치다.

야당 관계자들은 전날 주변에 ‘야당안의 기여율은 8∼10%, 지급률은 1.45∼1.7%’라고 내비쳤다. 이 기준에 따르면 현재 월급이 300만 원인 공무원은 보험료를 월 3만∼9만 원 더 내야 한다. 또 30년 동안 월평균 300만 원을 받은 공무원이 퇴직 후 받는 연금액은 현재 월 171만 원에서 130만∼153만 원 수준으로 낮아진다. 재직 당시 소득과 비교해 퇴직 후 연금을 얼마나 받는지를 나타내는 소득대체율도 현행 57%에서 43.5∼51%로 낮아진다. 이 같은 수치가 알려지자 ‘적정 노후소득 보장’을 요구해온 공무원노조는 “수용할 수 없다”고 몰아붙였고, 새정치연합은 수치 공개를 접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정치연합은 재정절감 효과에 대해 “정부·여당의 266조 원보다 더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여율과 부담률이 명확하지 않으면 재정절감 효과는 모호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정책위의장은 “(구체적인 수치는) 대타협기구의 몫으로 남겨둔 것”이라며 “내부적으로는 수치를 가지고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이종훈 원내대변인은 “야당안은 ‘협상은 하되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면피성 안’”이라고 반박했다.

○ ‘활동 종료 D-3’, 합의 가능할까

야당안 공개로 혼선이 더 커지자 대타협기구에서 28일 시한까지 합의안을 도출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다만 이날 여야, 공무원노조가 개혁안 논의의 기초 자료인 재정추계 모형에 합의한 것은 진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재정추계 모형은 기여율, 소득대체율 등 핵심적 요건을 결정하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대타협기구 공동위원장인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은 “야당에서 내놓은 안과 우리가 제안한 3가지 안(새누리당, 정부, 고려대 김태일 교수안)을 추계 모형에 정리하면 대타협안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26일로 예정된 노후소득보장 분과회의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야당 관계자는 “여당이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전반에 대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안을 제시한다면 (야당이) 공무원노조를 설득할 여지가 커진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는 “대타협기구는 공무원연금만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일 뿐”이라고 맞서고 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이현수 기자
#공무원연금#개혁#혼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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