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단 심리전에 이례적 무력대응… 급박함 드러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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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연천 대북전단에 총격]

연천 한때 ‘진돗개 하나’ 발령… 南에 박힌 총탄 10일 북한이 대북 전단을 향해 발사한 총탄이 떨어진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면사무소 인근 수색작업을 마친 군 병력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발사한 총탄이 중면
 면사무소 부근에 떨어지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깊이 파인 자국을 남겼다(아래쪽 사진). 연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경인일보 제공
연천 한때 ‘진돗개 하나’ 발령… 南에 박힌 총탄 10일 북한이 대북 전단을 향해 발사한 총탄이 떨어진 경기 연천군 중면 삼곶리 면사무소 인근 수색작업을 마친 군 병력이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위 사진). 북한이 발사한 총탄이 중면 면사무소 부근에 떨어지면서 콘크리트 바닥에 깊이 파인 자국을 남겼다(아래쪽 사진). 연천=김미옥 기자 salt@donga.com·경인일보 제공
황병서 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비롯한 북한 ‘실세 3인방’의 깜짝 방문이 성사된 뒤 채 일주일이 안 돼 남북이 총격전을 벌이는 사태가 벌어졌다. 7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교전에 이어 이번에는 경기 연천의 전방지역에 총격이 가해졌다. 남북이 ‘10월 말∼11월 초’ 갖기로 했던 2차 남북 고위급 접촉 전망에도 암운이 드리우고 있다.

○ “대북 심리전에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

북한은 김정일 체제에서도 대북 민간단체가 전단(삐라) 살포 계획을 밝힐 때마다 ‘최고 존엄에 대한 모독’으로 규정하고 전단 살포 시 보복 공격을 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하지만 실제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반면 김정은 체제의 북한은 달라졌다. 말이 아닌 행동에 나섬으로써 ‘최고 존엄 모독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빈말이 아님을 분명히 한 것. 김정은 체제는 남북 접촉 시 한미 군사훈련 중단 요구보다 상호 비방 및 대북(對北) 심리전 중단을 최우선 의제로 내세워 왔다. 올해 2월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도 ‘상호 이해와 신뢰 증진을 위해 상대방에 대한 비방과 중상을 중단한다’는 합의사항을 관철시켰다. 그만큼 대북 전단 살포가 북한에 부담스럽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력 대응 시점도 주목된다. 남북 고위급 접촉 직후여서 북한의 상황이 현재 그만큼 급박하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한다. 군 당국자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분명치 않은 이유로 37일째 공식석상에 등장하지 않는 상황에서 북한이 남측의 심리전에 신경질적으로 대응한 것”이라고 봤다.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방한해 일시적으로 남북 화해 기류가 조성됐지만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전격적인 조치가 당장 취해지지 않는 것에 대한 불만 표시라는 분석도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정부에서 금강산 관광 대가로 현금이 아니라 현물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거나 5·24조치 해제 원칙에 변함이 없다는 언급이 나오면서 (고위급 3인방 방문 후) 남북 대화에 대한 기대감이 줄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북한이 즉각적인 인명 피해를 가져오지 않으면서도 전쟁이나 북한 도발에 대한 위협을 유발시키면서 ‘남남갈등’을 촉발시키려는 의도도 없지 않다.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해 찬반 여론이 분분한 남측 사회의 분열을 노린 것.

군 관계자는 “그동안 전단 살포 관련 갈등이 대북 민간단체와 해당 지역 주민 간에 존재하는 수준이었다면 이번에는 실제 무력행동으로 남한 전체가 대북 전단 살포를 놓고 둘로 나뉘는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우려했다.

○ 정부, 추가 도발 가능성 예의 주시

북한의 이번 대북 전단 총격은 ‘제한적 도발’의 성격이 강하다. 군 전문가들은 북한이 장사정포가 아닌 고사총탄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확전의 의지는 없었다고 분석하고 있다. 김희상 한국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예비역 육군 중장)은 “북한이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생각으로 대응했다면 장사정포 등을 쏘았을 것”이라며 “북한도 전면충돌 양상은 부담스러웠기 때문에 수위를 낮춰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향후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이다. 대북 전단 살포가 지속될 경우 극단적인 행동에 나설 수도 있다는 점을 이미 행동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설령 대북 전단이 살포되지 않더라도 김정은이 남북관계에서 의도한 만큼의 결과물을 도출해 내지 못한다면 내부 결속을 위해서라도 추가 도발을 감행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최고지도자가 나서서 형성된 대화 기류인 만큼 (중간에 대신 책임질 사람이 있는 완충지대가 없어) 그 후폭풍도 더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손영일 scud2007@donga.com·김정안 기자
#전단#심리전#대북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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