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털기 의원, 동문서답 후보… 또 정책검증은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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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기 내각 인사청문회 결산]낙제점 면치 못한 8인 청문회
후보자들 부실한 자료 제출 눈살… 의원들은 능력검증보다 면박주기
‘5·16’ 단골질문으로 꼬투리 잡아, 국회의원 출신엔 관대… 전원 통과

박근혜 2기 내각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여야는 한목소리로 “정책 검증에 주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청문회가 지나치게 신상 털기로 흐르면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여론의 비판이 비등했던 탓이다. 하지만 막상 진행된 청문회에선 후보자의 자질, 전문성 검증은 여전히 뒷전이었다.

○ 정책 검증은 뒷전, 지루한 공방전

9일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에선 청문회 전 제기된 논문 표절, 제자 논문 가로채기, 내부자 거래를 통한 주식 투자 등의 의혹을 둘러싼 지루한 공방전이 펼쳐졌다. 김 후보자가 “모든 의혹은 청문회에서 해명하겠다”고 해 신상 검증에 주력할 수밖에 없었지만 정책 검증은 배제되다시피 했다.

청문회에서 ‘5·16군사정변’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은 야당의 ‘단골 메뉴’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장악한 과정이 정당했는지를 후보자들에게 묻고 이 답변들을 꼬투리 잡아 정치 공세를 벌이기 위한 것이다. 이병기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5·16군사정변은 쿠데타”라면서도 “자유민주 체제를 수호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한 측면도 있다”고 답하자 야당 의원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김명수 후보자는 5·16에 대한 소신을 밝히라는 야당 의원들의 요구에 “단정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불가피한 선택이 아니었겠느냐”라고 답했다가 장시간 곤욕을 치렀다.

○ 후보자는 부실한 자료 제출, 의원들은 면박 주기

후보자들은 자료 제출을 차일피일 미뤘다. 독촉하면 청문회 직전 마지못해 제출하기 일쑤였다. 청문회장에선 엉뚱한 대답을 늘어놓아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병기 후보자는 기초 검증자료인 벌과금 납부 명세를 국회에 보내면서 ‘대외비’란 딱지를 붙였다가 의원들의 비판을 샀다. 정성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사무실을 공짜로 빌려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월세를 현금으로 냈다”고 주장했다. 의원들은 관련 서류를 요구했지만 제출하지 못했다. 일부 의원은 후보자들의 답변을 경청하기보다는 고함을 지르거나 면박을 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김명수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청문회를 낭만적으로 생각했는데 백주대낮에 벌거벗겨져 내동댕이쳐질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하자, 야당 의원들은 “벌거벗기지도 않았다”고 했다.

○ 국회의원 출신은 100% 청문회 통과

이번 청문회에서도 ‘국회의원 출신 국무위원 후보자는 100% 청문회를 통과한다’는 속설은 유지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적지 않은 의혹이 제기됐고 해명도 뚜렷하지 않았지만 ‘적격’ 의견으로 청문회를 통과했다. 검증의 칼날이 ‘동료 의원’ 출신에게는 지나치게 무뎌지면서 ‘편협한 청문회’란 비판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청문회 역시 낙제점을 면치 못했다”며 개선을 주문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행정학)는 “야당은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와 변명으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윤성이 경희대 교수(정치외교학)는 “사전 검증이 제대로 된 인물을 지명해야 청문회가 정치공방의 장으로 변질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인사청문회#2기 내각#신상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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