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미중일 사이 난기류 ‘新실리외교’ 나서야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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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한이 남긴 숙제
강대국들과의 작은 접점 찾아 확대… 전략적 가치 높이는 미세외교 필요

“잔치는 끝났다. 이제 계산서를 보고 정산할 시점이다.” 한반도 주변국들이 3, 4일 치러진 한중 정상회담 결과의 손익을 가늠하는 작업에 분주하다. 한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결과에 취해 있을 때가 아니라는 경고를 외교 당국자는 이같이 표현했다.

한국 정부는 ‘한반도 핵무기 반대’를 한중 정상 공동성명에 처음 명기한 것을 최대 성과 중 하나로 자평하고 있다. 하지만 작용 뒤엔 반작용이 있는 법이다. 시 주석 방한을 앞두고 동해에서 잇달아 미사일을 쏘던 북한은 5일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가 참관한 가운데 열린 대규모 상륙훈련을 공개함으로써 고강도 도발 가능성을 예고했다.

한중 정상이 일본 우경화를 겨냥해 “우려스럽다”고 한목소리를 낸 데 대한 주변국 대응도 주목된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시 주석이 서울대 강연에서 일본 문제를 언급한 것은 경기 종료 5분 전에 (한국이) 한 골 먹은 셈”이라며 “일본은 한중이 공동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걸 국제사회에 알리려 할 것이고 미국도 이에 상당한 의구심을 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납북자 문제로 북한과 협의를 강화하면서도 호주, 남태평양 국가와 반(反)중국 전선을 확대하는 등 미국에 ‘매력 공세’를 펼치고 있다.

독립기념일(4일)과 주말 휴일을 보낸 미국은 9일 중국과 전략경제대화(S&ED)를 하면서 다양한 의사소통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한국이 미중 사이의 ‘전략적 완충지대’ 역할을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나설 태세다. 관영 환추(環球)시보의 영문판인 글로벌타임스는 3일 “한국은 중미 간 분쟁을 격화하기보다는 양국 간 버퍼(buffer·완충) 역할을 할 의지가 있으며 중국 주변국 외교의 핵심 기둥”이라고 분석했다. 전략적 완충지대는 중국이 북한의 입지와 역할을 가리킬 때 쓰던 용어여서 눈길을 끈다.

시 주석의 방한을 계기로 동아시아 정세가 요동을 치는 상황은 우리에게 시련이자 기회의 장(場)이다. 김영삼 정부 시절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정종욱 전 주중 대사는 “강대국들이 짜놓은 큰 틀 안에서 섬세한 부분을 찾아 외교적 접점을 확대함으로써 전략적 가치를 높이는 ‘미세(微細) 외교’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틈새만이 아니라 한국이 평화와 공동번영이라는 가치를 앞세워 관련 당사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정밀한 외교 전략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라종일 전 국가안보보좌관은 “중국이 내년 광복 70주년 공동행사를 제안해 왔다면 한국은 이를 받아 미국 일본 북한까지 끌어들여 종전과 광복을 축하하는 모두의 행사로 확장하는 역제의가 가능했을 것”이라며 발상의 전환을 통한 대담한 접근법을 주문했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올해 상반기 세월호 사고 수습과 6·4지방선거에 발이 묶였듯이 하반기에도 7·30 재·보궐선거 등 국내 이슈에 매몰될까 우려된다”며 “국가 차원의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김정안 기자 jkim@donga.com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실리외교#시진핑 방한#한중 정상회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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