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유성열]“산재보험 확대” 대통령 공약 발목잡는 법사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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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열 기자
유성열 기자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1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법제사법위원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의 즉각 처리를 요구했다. 올해 2월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여야가 합의해 국회 통과를 목전에 뒀던 산재보상법을 법사위가 두 달간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안은 특수고용 노동자인 택배기사, 보험설계사, 레미콘기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 캐디, 퀵서비스 기사 등의 산재 가입을 확대하는 것.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2008년부터 허용됐지만 의무가 아니고 선택이라 전체 44만여 명 중 약 10%만 가입한 상태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이들의 산재보험 가입을 확대하겠다고 약속했고, 여야 이견도 없어 개정안은 올해 2월 환노위를 통과했다.

대통령 공약이고, 여야 합의로 상임위를 통과한 개정안이 두 달간 잠만 자고 있는 것은 법사위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올해 2월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권성동 새누리당 의원이 “지금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 본인이 원하면 고용주가 산재보험에 가입시켜 주기 때문에 국가가 강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소위로 넘길 것을 주장하자, 개정안은 법사위 관행에 따라 소위로 넘어갔다. 일각에서는 수익 악화를 우려한 민간보험업계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법사위의 몽니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5월에는 환노위가 통과시킨 유해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을 법사위가 대폭 수정한 뒤 통과시켜 환노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한꺼번에 반발했다. 여기에 산재보상법까지 법사위가 발목을 잡자 환노위 의원들은 법사위의 월권을 규탄하는 결의안까지 준비 중이다.

본래 법사위의 역할은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상위법과 모순이 없는지, 법제상 원칙에 맞는지 등을 심사한 뒤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이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 내용이나 취지까지 일일이 다 심사하는가 하면, 여야가 서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는 관문으로 이용하고 있다.

법사위가 정쟁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도 문제지만, 비전문가인 법사위 위원들이 개별 법안의 내용까지 제어하는 것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대통령 공약까지 발목을 잡는 법사위의 월권을 이제는 제어해야 할 때다.

유성열·정책사회부 ryu@donga.com
#산재보험#산업재해보상보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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