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 다르면 추기경도 공격… 교회법 어기고 도넘은 정치발언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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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일부 사제 정치참여’ Q&A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전북지역 일부 신부들의 박근혜 대통령 사퇴 촉구 시국미사로 불거진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염수정 서울대교구장을 제외한 가톨릭 고위 성직자들은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정원 댓글사건과 관련해 그동안 시국성명을 발표해 온 천주교 주교회의 산하 정의평화위원회(정평위)는 다음 달 11일 총회를 통해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가톨릭 내부의 사정을 Q&A 형식으로 정리했다.

Q. 가톨릭 지도자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을 두려워하나.

A. 교계 사정에 밝은 소식통들의 얘기를 종합하면 ‘두려움보다는 불필요한 마찰을 피한다’는 것이 적합한 표현이다. 사제단은 과거 민주화운동의 공을 앞세워 교구장 주교 또는 추기경의 권위마저 무시해왔다. 사제단의 원로 격인 함세웅 신부는 2004년 김수환 추기경이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촛불집회 자제를 요청하자 “시대착오적”이라고 했고 2010년 정진석 추기경이 4대강 개발 반대에 우려를 표명하자 “골수 반공주의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가톨릭에서 교황-교구장-사제로 이어지는 관계는 ‘순명(順命·기쁨으로 명령에 따른다는 뜻)’으로 상징되지만 함 신부를 포함한 사제단은 예외였다. 이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신부 또는 주교들의 권위를 공격해 왔다.

Q. 그렇다면 사제의 정치 개입에 선을 그은 염수정 대주교의 강론은 이례적인가.

A. 그렇다. 가톨릭은 중앙집권적이면서도 분권적이다. 각 교구는 관할자인 교구장에 의해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최대 교구인 서울대교구를 포함한 15개 교구는 신자 수와 관계없이 사목과 인사, 행정 등 모든 영역에서 독립적 지위를 지닌다. 자연스럽게 자신의 교구를 벗어난 사건에 침묵을 지키는 것은 오랜 관행이었다.

Q. 주교회의와 정평위는 어떤 관계인가.

A. 각 교구가 독립적이기 때문에 한국 교회 전체의 공동선과 각종 현안을 조정하기 위해 설립된 것이 주교회의다. 현재 주교회의 회원은 대주교 3명, 주교 19명, ‘아빠스’ 1명, 준회원(은퇴 주교) 12명으로 구성됐다. 산하에 상임위원회와 19개 위원회를 설치해 사목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평위는 이들 19개 위원회 중 하나다.

Q. 정평위의 성격은….

A. 이 위원회는 1970년 사회정의를 실천한다는 취지로 창립됐다. 현재 정평위는 평신도 전문가를 포함한 11명의 상임위원, 각 교구 정평위원장 15명이 포함된 17명의 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정평위는 주교회의 산하이기 때문에 임의단체인 사제단과는 다르다. 하지만 사실상 두 곳에 참여하는 인물이 상당수 겹친다. 정평위는 사제단과 달리 주교회의의 틀 속에 있기 때문에 대통령 사퇴 같은 지나친 주장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Q. 일각에서는 과거 김수환 추기경의 정치적 발언과 박창신 신부의 강론에 무슨 차이가 있느냐고 반문한다. 그 차이점은 무엇인가.

A. 서울대교구 측은 “김 추기경의 정치적 발언은 명백하게 누구도 공감하고 있는 수준의 인권이 말살되고 있을 당시에 자유를 말한 것인 반면 박 신부의 것은 그렇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한다. 개인적 차원의 소신은 누구든 말할 수 있지만 공적인 미사에서 이를 행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것이 교계의 설명이다. 나아가 한 관계자는 “김 추기경은 독재시대인 박정희 대통령 때에도 하야하라고 한 적이 없고, 무장공비 김신조 사건 같은 북한의 도발에 대해서도 남한이 잘못했다고 말한 적은 없다”고 했다.

Q. 강론에서 사견을 말하는 것은 잘못인가.

A. 교회법에 따르면 제단에서 강론을 할 때는 교회의 가르침을 말해야 한다. 특히 제의를 입고 개인의 사견을 말하면 안 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박 신부를 비판하는 사제들은 개인의 의견을 말하려면 사제복을 벗어야 하고, 미사라는 용어도 쓰지 않아야 한다고 한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천주교#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시국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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