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진∼하산 철도 활용… 남북러 물류협력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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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나진항-철도 러시아와 공동이용… 11월 푸틴 방한때 투자 논의할듯

정부가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Initiative·계획 또는 발의)’ 구상을 실현하는 핵심 방안으로 ‘러시아를 통한 대북(對北) 우회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결된 러시아 하산∼북한 나진 간 54km 구간의 철도를 활용한 남-북-러의 삼각 물류 협력이 그 핵심 프로젝트가 될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정부 당국자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정부는 다음 달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한을 앞두고 남북한과 러시아를 이어 유럽까지 관통하는 이른바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비롯한 유라시아 구상과 이를 위한 한-러 협력의 구체적 방안을 집중 검토하고 있다. 그 연결의 핵심 고리이자 경색된 남북관계 때문에 걸림돌로 남아 있는 북한 구간을 잇기 위해 우선 나진∼하산 연결철도 및 북한의 나진항을 이용하는 물류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9월 개통된 나진∼하산 구간과 이에 인접한 북한의 나진항 3호 부두는 러시아가 사용권을 확보하고 화물터미널 공사와 개보수 작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따라서 러시아 쪽에서 가져온 지하자원을 북한의 나진항까지 운송한 뒤 배를 이용해 부산항이나 다른 해외 지역까지 옮기는 식의 물류 사업에 한국이 동참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 이런 방식으로 북한을 삼각 경제협력의 구도에 끌어들이면 장기적으로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비롯한 안보협력의 고리에도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나진항의 개발 및 이를 위한 남북한과의 협력에 러시아 정부도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프로젝트의 1차 걸림돌은 한국의 포괄적 대북제재인 ‘5·24 조치’이다. 이 조치에 따르면 한국은 현재 북한에 직접 투자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러시아에 한국이 투자하고 러시아가 다시 북한에 투자하는 ‘우회 투자’ 형식이 되면 이 조치를 피해갈 수는 있다”고 말했다. 한국 기업의 해외 현지법인이 투자하는 방식도 가능하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에 참여할 업체로는 대기업 P사 등이 거론된다.

그동안 논의돼 온 남-북-러 가스관 연결은 현실성이 부족하고 투자 위험도가 너무 크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논의가 지지부진해지자 정부는 결국 철도 쪽으로 방향을 튼 셈이다. 정부 당국자는 “(나진항 프로젝트 등) 한국의 대(對)러시아 투자가 늘어나면 북한을 끌어안는 효과도 있다”며 “다만 이런 사업의 확대추진 여부는 북한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러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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