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장, 대화록 기밀지정 해제 결단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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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권 ‘NLL 대화록 공개’ 강경론 탄력

與 “대화록 조건 없이 공개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조건없이 전면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與 “대화록 조건 없이 공개를”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노무현 전 대통령의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을 조건없이 전면 공개하자고 제안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 의혹과 관련한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대화록 공개를 놓고 여권의 기류가 요동치고 있다. 여권 핵심부에서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2급 비밀문서로 분류돼 있는 대화록을 일반문서로 해제해 공개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25일 남 원장이 출석하는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가 이번 논란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국정원장 결심하면 공개 가능?

국정원이 20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대화록 발췌본 열람을 허용한 근거는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이다. 즉, 대통령기록물이 아닌 공공기록물로 본 것이다. 공공기록물이라 해도 열람은 가능하지만 내용은 공개할 수 없다. 국정원이 2급 비밀문서로 지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여권 핵심 일각에선 대통령령이 정한 보안관리규정에 따라 비밀문서를 생산한 기관장이 심의 절차를 거쳐 비밀문서를 해제할 수 있는 만큼 남 원장이 해제 결심만 하면 일반인에게 대화록 내용을 공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편다. 여야 합의를 거쳐 대화록을 공개토록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 국정원장이 빨리 공개해서 혼란을 마무리하자는 주장이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23일 “야당도 검찰도 국정원도 국회의원도 알고 있는데 국민만 모르고 지내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핵심당직자도 “야당이 계속해서 회담록이 대통령기록물이라고 주장하는 건 결국 공개를 안 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현실적으로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남 원장이 결심하는 방법 외에는 없다”고 말했다.

○ 국정원의 부담

남 원장은 공개에 대한 방침을 정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국회가 동의할 경우 국정원이 대화록을 공개할 수 있다는 게 공식 입장”이라며 “법적으로는 지금 공개해도 무방하지만 법적인 문제만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자체적인 정치적 판단으로 비밀문서를 일반문서로 바꿀 경우 국정원의 정치 개입에 대한 논란의 소지가 크다는 점에서다. 남 원장은 이번 남북 당국자회담 무산의 원인으로 제기된 이른바 ‘격(格)’ 문제를 청와대 내부에서 가장 먼저 제기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만큼 당당하고 투명한 대북정책을 강조하는 스타일이라 굴종 외교 논란이 벌어진 당시 대화록의 공개를 전격 결정할 가능성도 있다.

여권 내에선 남 원장의 결심을 촉구하는 강경론도 있지만 방법과 시기를 조절해야 한다는 의견, 나아가 전문 공개는 곤란하다는 의견 등도 혼재돼 있다. 신중한 접근을 주장하는 쪽은 이번 주에 대화록이 공개될 경우 27일부터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이 묻힐 가능성이 크다는 점과 국회 경색으로 6월 국회에서 계획했던 경제민주화법이나 창조경제 관련 법안 통과가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새누리당의 한 고위관계자는 “전문 공개를 하면 국정원은 중국 일본 등 정보기관들 사이에서 웃음거리가 되고 여야도 얻을 것이 없다. 결국 안철수 의원만 좋게 된다”고 말했다. “공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가더라도 우리가 입을 타격이 100이라면 민주당이 입을 타격은 200, 300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 박 대통령 생각은?

여권에서는 과연 ‘박근혜-김장수-남재준’으로 이어지는 최종 정책결정 라인이 어떤 판단을 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들은 모두 투명하고 원칙 있는 대북 정책을 강조하고 있어 공개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당시 “정상회담 대화록을 공개해서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 드리자”고 말한 바 있지만 최근 제기된 공개론에 대해선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장수 대통령 국가안보실장도 21일 국회 운영위에서 공개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외교적 사안이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되는 것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소모적인 정쟁만 계속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화록 공개로 국민적 혼란을 줄일 필요는 있지만 여야 합의 없이 국정원의 자체 판단으로 공개할 경우 진실 여부와 상관없이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올 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이정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은 민주당의 국정원장 대통령 수시 독대 보고 주장에 대해 “박근혜정부에서는 국정원장의 수시보고는 없다”고 부인했다.

동정민·고성호 기자 ditto@donga.com
#NLL대화록#윤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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