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기업들 생산중단 66일, 기약없는 정상화에 앞날 캄캄한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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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만원 전기료에 더 깊은 시름

개성공단 입주기업 A사의 대표는 최근 한국전력으로부터 팩스 한 장을 받았다. 전기요금 납부기한을 30일 연장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뒷장에 붙어있는 고지서였다. 4월 전기요금 4800만 원, 3월분까지 합치면 2억129만 원이나 됐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공장 가동이 중단된 지 13일로 66일째를 맞은 공단 입주기업들이 ‘사정을 봐주지 않는’ 전기요금에 허덕이고 있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업종에 따라 통상 봉제는 한 달에 500만∼600만 원, 기계는 3000만∼4000만 원의 전기료를 낸다. A사는 전력 사용량이 유독 많은 편이라 전기를 전혀 쓰지 않더라도 최소 월 2000만 원 이상의 기본료를 내야 한다. A사 대표는 “북한 근로자들이 철수한 4월 9일부터 공장 가동도 못하고 전기요금을 내야 할 판”이라며 “형편이 어려운데 공장을 돌리지 못한 기간만큼은 전기료를 면제해 줄 수 없느냐”고 하소연했다.

한전은 개성공단 설비를 유지하기 위해 지금도 매일 3000∼4000kW의 전력을 공급하고 있는 데다 입주기업들과 맺은 계약상 전기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도 개성공단에서 전력사업을 하는 민간기업”이라며 “적은 양이지만 아직까지 전력을 계속 공급하고 있기 때문에 정부가 개성공단을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는 등의 지원을 해주지 않는 한 요금을 면제해주긴 어렵다”고 말했다.

입주기업들은 불가항력으로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적잖은 전기요금까지 부과하는 것은 감당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은 지난주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으로부터 3월분 관리비 고지서까지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가 공급하는 용수를 비롯해 북측 근로자들이 타고 다닌 버스요금, 폐기물 처리비 등을 합친 것이다. B사는 1700만 원, C사는 850만 원이 나왔다.

한편 지난달 3일 개성공단 통신선을 완전히 끊은 KT는 3일 이후의 요금은 부과하지 않기로 했다.

강유현 기자 yh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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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생산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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