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청문회 자기모순’… 내가 하면 신상검증, 남이 하면 신상털기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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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연일 국회 인사청문회 제도를 흔드는 데 대해 정치권 안팎에선 ‘생뚱맞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용준 전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나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청문 보고서 채택 무산을 마치 ‘제도 탓’으로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기 때문이다. 김 전 후보자는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이, 이 후보자는 특정업무경비의 사적 사용 등이 여론의 도마에 올랐다. 새 정부가 인사 문제로 직격탄을 맞자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과 대상 확대를 주도해온 새누리당이 ‘자기모순’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후보자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되지 않도록 사전 비공개 회의와 문답 조사를 거쳐 도덕성을 검증하자”며 “지금까지 인사청문회 준비과정에서 불거진 불필요한 후보자 흠집 내기에서 탈피해 청문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사청문회 제도는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 주도로 만들어졌다. 1999년 15대 국회 막바지에 구성된 정치개혁특위의 최대 쟁점은 인사청문회 도입이었다. 당시 여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국회의 동의나 선출이 필요한 고위공직자로 청문회 대상을 제한하려 했지만 한나라당은 국가정보원장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국세청장 등 정권의 핵심요직 ‘빅4’까지 청문회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맞섰다.

15대 국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자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은 ‘빅4의 인사청문회 실시’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16대 국회에서 다수당이 된 한나라당은 이한동 국무총리 서리에 대한 인사청문회 실시를 상임위 구성의 전제조건으로 달았다.

결국 같은 해 6월 23일 인사청문회법이 만들어졌고, 사흘 뒤 이 총리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청문회장에 섰다. 당시 TV 생중계를 요구한 것도 한나라당이었다. 김대중 정부 임기 마지막 해인 2002년에는 한나라당이 인사청문회를 통해 장상, 장대환 국무총리 서리를 잇달아 낙마시키며 정국 주도권을 쥐기도 했다.

청문회 대상이 확대된 데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의지도 작용했다. 박 당선인은 한나라당 대표 때인 2005년 4월 8일 국회 본회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그토록 시스템을 강조해 온 이 정부(노무현 정부)에서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인사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했다”며 “국회 인사청문회 대상을 확대하고 청문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치권의 요구를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수용하면서 그해 7월 청문회 대상을 모든 국무위원과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위원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청문회법이 개정됐다. 현재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는 공직후보자는 모두 57명이다.

전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인 인명진 목사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인사청문회법을 만들었던 새누리당이 이제 와서 이를 문제 삼으며 개정하려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이제 자리 잡아가는 제도를 후퇴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재명·손영일 기자 egija@donga.com
#새누리당#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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