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1, 2차와 달리 고농축우라늄 핵실험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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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의 반격… 핵카드로 南-국제사회 협박


한반도에 ‘북한의 3차 핵실험 임박’이란 먹구름이 짙게 깔렸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22일(현지 시간) 대북제재 결의안을 채택하자 북한은 즉각 반박성명을 발표하고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실제로 북한은 핵실험 준비를 완료한 상태인 것으로 23일 확인됐다.

특히 3차 핵실험은 1차(2006년), 2차(2009년) 때의 플루토늄 핵폭탄이 아니라 고농축우라늄(HEU) 핵폭탄을 사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HEU 핵폭탄 제조설비는 플루토늄과 달리 은닉하기가 쉬워 핵확산 방지체제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한반도와 동북아 지역을 넘어 국제사회에 적지 않은 파문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 “핵실험 준비, 지난해 12월 이미 마쳤다”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이 3차 핵실험 준비를 마무리한 시점은 지난해 12월이다. 이 소식통은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은 특성상 굴착 때 파낸 흙을 되메우기에 그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며 “지난해 12월 외부에서 반입한 흙으로 갱도를 메운 뒤 콘크리트 밀봉작업까지 완료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갱도 입구에서 물이 흘러나온 흔적이 포착됐다. 갱도에 습기가 있으면 민감한 관측장비가 오작동할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 ‘젖은 흙’이 아니라 ‘마른 새 흙’으로 되메우기 작업을 한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송종순 조선대 교수(원자력공학과)는 “콘크리트 밀봉까지 마쳤다면 사소한 추가작업 외에 핵실험 준비는 모두 끝난 것”이라며 “특히 지하핵시설은 날씨와 기온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언제든 핵실험을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3차 핵실험 준비를 시작한 것은 지난해 4월부터다. 그러나 여름 수해 때문에 지체됐다. 태풍 볼라벤과 산바가 북한 핵실험장을 지나가면서 갱도와 지상관측탑 등이 심각한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상업위성 ‘지오아이’가 촬영한 핵실험장 사진을 봐도 이 같은 정황이 읽힌다. 10월 3일 위성사진에선 갱도로 이어진 도로가 유실된 뒤 우회도로와 현장 접근용 다리를 가설하고 인부를 태워 나르기 위해 버스를 동원한 모습이 목격됐다. 복구공사는 11월 중순까지 이어졌다. 12월 2일이 되면 위성사진에는 더이상 복구공사 모습이 관측되지 않는다. 보수된 도로로 차들이 왕래한 흔적과 관측장비를 보호하기 위해 텐트를 세운 사실이 새롭게 목격됐다.

○ 3차 핵실험은 우라늄 사용 가능성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핵폭탄의 종류도 국제사회의 지대한 관심사다. 북한은 1, 2차 핵실험에 플루토늄을 활용했다. 하지만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만드는 플루토늄으로 계속 핵실험을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재 가동되는 원자로가 없는 북한으로서는 핵실험을 할수록 플루토늄 재고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반면 HEU는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북한은 2010년 11월 미국 핵과학자인 시그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해 HEU를 생산하는 원심분리기 시설을 공개했다. 당시 북한은 “2000대의 원심분리기가 가동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주장대로라면 연간 40kg의 HEU가 생산될 수 있으며 이는 핵무기 2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2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북한은 최대 4, 5개의 핵폭탄을 만들 수 있는 HEU를 확보한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당국자는 “운동장 크기의 재처리시설, 방사화학실험실이 필요한 플루토늄 핵폭탄과 달리 HEU 핵폭탄은 교실 넓이의 공간만 있으면 되고 원심분리기를 여러 곳에 분산할 수 있어 탐지하기가 훨씬 어렵다”고 말했다.

○ ‘북 로켓 발사→유엔 제재→추가 도발’ 되풀이

북한은 2006년 7월 ‘대포동 2호’ 발사로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안 1695호가 채택되자 외무성 성명을 통해 “자위적 조치로 핵실험을 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실제로 같은 해 10월 핵실험을 단행했다. 2009년 4월 장거리 로켓 발사 직후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왔을 때도 “자위적 핵 억제력을 강화한다”는 성명을 내고 한 달 뒤인 5월 핵실험을 실시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해 12월 로켓 발사 직후에도 “미국은 4월 위성발사 때도 적대적인 과잉반응을 보여 우리로 하여금 핵문제를 전면 재검토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바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북한 처지에선 2차 핵실험 이후 개량된 핵기술 확인과 미사일 발사 성공에 이은 대량살상무기(WMD) 능력 과시 차원에서 막대한 비용을 감수하면서 또 다른 핵실험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습적인 핵실험으로 엄습한 그늘이 언제 한반도를 덮칠지 모른다는 얘기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북한#핵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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