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공약 현실성 평가]이매뉴얼 “공약 다 지키면 나라 확실히 망할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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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외 정권 ‘못지킨 약속’

역대 한국 대통령들 중에는 핵심 대선공약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았다. 당초 지킬 생각이 없었던 경우부터 야권의 반대에 부닥쳐 포기한 사례 등 이유는 다양했다. 외국에서도 정치인들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거나 문제가 있는 공약을 했다가 뒤늦게 사과하고 중단하는 일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대선공약 대결이 본격화된 것은 직선제로 치러진 1987년의 13대 대선 이후다. 당시 노태우 민주정의당 대선후보는 임기 중 국민의 신임을 다시 묻겠다며 ‘대통령 중간평가’를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됐다. 또 ‘물가상승률 2∼3% 유지’도 제시했지만 두 가지 모두 지키지 못했다. 김대중 대통령 역시 15대 대선에서 ‘내각제 개헌’ 공약을 지렛대로 김종필 당시 자유민주연합 총재와 연합해 선거판세를 뒤집어 당선됐지만 2001년 9월 이른바 ‘DJP 연합’이 해체되면서 공약은 없던 일이 됐다.

이명박 대통령도 마찬가지.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를 제시했지만 집권 후 여당인 한나라당 내에서까지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자 취임 4개월 만에 “국민이 반대하면 대운하를 추진하지 않겠다”며 포기했다.

해외에서는 영국의 연립여당인 자민당 소속 닉 클레그 부총리가 지난해 9월 영국 대학 등록금이 연간 9000파운드(약 1600만 원)로 오르자 “무슨 일이 있어도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지키지 못해 미안하다. 지키지 못할 약속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며 공약 파기를 사과했다. 자민당은 2010년 총선 공약으로 대학 등록금 인상에 반대한 바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초대 비서실장이었던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은 자신의 저서에 “선거 때 내놓은 정책을 다 집행하면 미국은 확실히 망할 것”이라고 썼다.

이와 관련해 이현출 국회 입법조사처 정치행정조사심의관(한국정당학회장)은 “선거 때 표를 의식해 무리한 공약을 내세웠더라도 향후 첨예한 논란이나 예산 부족이 예상될 경우 조기에 폐기하는 것이 낫다”며 “불가능한 목표를 마지막까지 쥐고 있을 경우 국정 전반의 통제력이 흔들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 민주당이다. 민주당은 2009년 어린이수당 신설과 고속도로 무료 통행, 휘발유세 폐지 등 약 16조8000억 엔(약 228조 원)이 들어가는 공약을 내세워 압승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재원 부족 등의 이유로 집권 기간 중 공약의 대부분을 이행하지 못했다. 3년이 지난 지난해 11월이 돼서야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는 “지킬 수 없는 공약을 내놓은 걸 반성한다”고 사과했다. 일본 국민들은 때늦은 사과에 분노했고 그 다음 달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은 참패했다.

이내영 고려대 교수(정치외교학)는 “국민들은 이미 당선인이 내놓은 공약 중 상당수는 지킬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무조건 공약을 지키겠다는 자세보다 국민들을 설득해 실현 가능성이 없거나 도입이 어려운 공약을 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박근혜#공약#정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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