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앞에는… 文이 남겨놓은 숙제 산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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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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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 비대위장 험난한 앞길

민주통합당 문희상 의원(왼쪽)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된 뒤 박기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주통합당 문희상 의원(왼쪽)이 9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합의 추대된 뒤 박기춘 원내대표와 악수하고 있다. 박영대 기자 sannae@donga.com
민주통합당 문희상 의원(5선)이 9일 대선 패배 후 공황 상태에 빠진 당을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이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그러나 선출 과정에서 민주당의 난맥상과 무기력증이 그대로 노출된 데다 비대위 성격이 ‘관리형’으로 귀결되면서 당 재건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걱정이 적지 않다.

○ 임기는 짧으나 과제는 막중

문 비대위원장 합의 추대는 당을 하루라도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는 당내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김대중(DJ) 전 대통령 밑에서 정치를 시작해 노무현 정부의 첫 대통령비서실장,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내 친DJ계이자 친노(친노무현)계라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주류 측 한 재선 의원은 “만족스럽지 않지만 당 분란은 막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평가했다.

문 비대위원장의 임기는 길어야 3개월이지만 과제는 막중하다. 이르면 3월 말로 예상되는 전당대회 때까지 안으로는 당을 재건해 나가는 한편 밖으로는 집권 초기 정부, 여당에 맞서 제1야당의 존재감을 찾아야 한다. 당장 대선 패배 책임론을 둘러싸고 거센 후폭풍에 휩싸였던 당내 분열상을 수습하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다. 문 비대위원장은 취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축하드린다’는 덕담에 “축하 받을 일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비대위의 3대 과제로 △냉정한 대선 평가 △차질 없는 전대 준비 △뼈를 깎는 혁신 등을 꼽았다. 새로운 세력과의 연대, 정체성 재정립도 강조했다. 그는 10일 당 안팎 인사를 아우르는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어서 당내 통합과 혁신 의지를 가늠하는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수락연설을 통해 대선평가위원장 후보에 비주류 좌장 격인 김한길 의원, 전대 준비위원장 후보군으로 정동영 정대철 상임고문 등을 각각 거론했다. 계파 갈등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시사한 것이다.

그러나 ‘냉정한 대선 평가’와 전대 룰 마련 과정에서 계파 간 갈등이 재연되면서 당이 또 한 차례 분란에 휩싸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 문 비대위원장도 “×바가지를 쓰라는 것인데 짧은 기간에 모든 혁신을 다 이뤄낼 수는 없다”며 한계를 토로했다.

○ 복마전에 가까운 합의 추대

이날 오전 비대위원장 선출을 위한 국회의원·당무위원 연석회의는 혼란의 연속이었다. 애초 문 비대위원장은 후보군에 포함되지 않았다. 전날 밤까지만 해도 주류와 비주류 모두 반대가 적은 박병석 국회부의장이 유력시됐다. 그러자 이인영 우상호 의원 등 지난해 대선 때 핵심 보직을 맡았던 인사들이 지원한 박영선 의원 측은 ‘경선 불사’ 의사를 내비쳤다.

연석회의에 앞서 박기춘 원내대표가 연석회의 전 3선 이상 의원 18명과 가진 조찬 회동에서 대선 패배 책임자 불가론과 경선 반대 입장이 주류를 이루자 분위기는 반전됐다.

박영선 의원 측은 도전을 접되 “박 부의장은 안 된다”는 입장을 전했고, 박 부의장은 문 비대위원장을 추천했다. 문 비대위원장은 박 원내대표가 자신을 추천하자 “자다가 홍두깨를 맞은 격”이라며 10초 정도 고심하다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했다.

○ “겉은 장비, 속은 조조”

문 비대위원장의 별명은 ‘겉은 장비(張飛), 속은 조조(曹操)’이다. 외모가 투박하고 우락부락하지만 두뇌 회전이 빠르고 정국 상황에 대한 분석력이 날카롭다고 해서 붙여졌다. 적이 없는 것이 최대 강점.

1980년 ‘서울의 봄’ 때 DJ 진영에 합류했다. 이후 DJ의 외곽 청년 조직인 ‘민주연합청년동지회(연청)’ 중앙회장을 3차례나 맡았다. 김대중 정부 때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국가정보원 기조실장을 지냈고, 2002년 당시 노무현 후보 대선기획단장을 맡은 뒤 노무현 정부 첫 대통령비서실장으로 발탁됐다. 2005년 4월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선출됐지만 같은 해 10·26 재·보선에서 참패한 뒤 물러났다. 서울대 국악과 출신으로 2006년 미스코리아 진인 이하늬 씨의 외삼촌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경기 의정부(68) △경복고-서울대 법대 △평화민주당 창당 발기인 △14·16·17·18·19대 국회의원 △한일의원연맹 회장 △열린우리당 의장 △국회부의장

이남희·김기용 기자 irun@donga.com
#민주통합당#문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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